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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결핵사태'에도 "안내문자 못 받았다" 학원가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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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환자 수강 학원과 같은 건물 학원도 안내문자 안 보내

보건당국 "근거규정 없다"…'결핵 안내' 의무 학원에 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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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학원에서 결핵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일주일이 지난 7일 오전 해당 학원에서는 여전히 수십여명의 학생들이 개방된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2017.12.7/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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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이진성 기자,류석우 수습기자 = "무책임하죠. 학원에서 최소한 문자라도 보내야 했어야죠."
"책상 사이도 너무 좁고 사람도 많은데, 문자만 달랑 보내는 건…."

지난달 29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인근 학원과 보건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원에서 전염성이 강한 결핵 보균자가 발생했을 경우 학원을 폐쇄하고 인근 수강생들에게 결핵 감염 검진을 받도록 안내해야 하지만 해당 학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다른 학원조차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보건당국은 역학조사관을 급파해 확진자가 접촉한 인물이 480명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일주일 뒤에야 보건소 검진 일자를 정하거나 상황전파를 학원에게 일임하는 등 초동조치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다.

7일 오전 노량진 학원가 일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험서로 가득한 가방을 둘러메고 학원으로 향하는 수험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는 16일 시행되는 공무원 추가채용시험에 대비해 감기라도 걸릴세라 두꺼운 점퍼로 중무장한 모습이지만 마스크를 쓰거나 학원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건물 학원 수험생도 '결핵문자' 못 받아…"무책임해" 비판

"학원에서 최소한 문자라도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시험도 코앞인데…."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일주일이 넘었지만 인근 학원에 다니는 수험생은 물론 환자가 발생한 A 학원과 같은 건물에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조차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A학원과 같은 건물에서 수강하고 있다고 밝힌 임모씨(23·여)는 1주일이 넘도록 주변에서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전했다.

임씨는 "책상 사이가 좁은 데다 사람이 많아 결핵에 전염될까 걱정된다"면서도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학원을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해당 학원에서 결핵 검진을 권유하는 문자만 보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A학원에서 불과 300m가량 떨어진 B학원에서 공부하는 최모씨(24·여)도 학원에서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최씨는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다"며 "학원이 현실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기침이나 콧물 등 공기로 감염되는 결핵균은 높은 전염성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즉시 학원을 폐쇄하고 결핵환자 접촉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감염검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학원들은 "보건당국이나 본사에서 지시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A학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C학원 관계자는 "지난주에 결핵환자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전해들었다"면서도 "보건당국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안내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인근의 D학원 관계자도 "본사에서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며 "현재까지 수강생들에게 결핵 주의 문자를 안내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결핵환자가 발생한 A학원에서는 여전히 수백여명의 수험생들이 개방된 열람실에 모여 수험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A학원에서 공부하던 한 학생은 "학원에서 2차례 안내문자를 받긴 했다"면서도 "보건소에 가서 검진을 받아보라는 말 외에 다른 주의사항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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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확진자가 발생한 노량진 학원에서 수강생에게 보낸 '결핵 검진 안내 문자'.2017.12.7/뉴스1© News1 이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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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안내문자 학원에 일임…검진 시작도 일주일 뒤에야

이처럼 노량진 학원가가 '결핵사태'를 수수방관하는 사이, 보건당국이 수강생을 상대로 한 '검진 안내'를 학원에 일임한 데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검진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작구 보건소 관계자는 "29일 A학원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한 즉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관을 급파해 접촉 대상자를 파악했다"며 "확진자가 접촉한 사람이 48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학원에게 협조를 구해 검진 안내 문자를 보내도록 요청하고 6일부터 이동검진센터차량을 학원가에 보내 검진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날 질병관리본부가 지원한 이동검진센터차량은 불과 1대에 불과하다.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보유한 이동검진센터차량은 전국에 2대뿐"이라며 "노량진의 유동인구가 5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이동검진센터차량을 1대 보내 200여명에 대한 검진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동검진센터차량이 운영된 것도 이날 하루뿐이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이후에는 학원의 안내에 따라 수험생들이 자율적으로 보건소를 방문해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보건당국이 임의로 수험생들의 연락처를 확보해 검진 안내 문자를 발송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노량진 학원가가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보고 "학원을 폐쇄하고 접촉자들을 상대로 일제히 동일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조건이 모두 다르겠지만 접촉시간과 근접거리, 개인위생 및 면역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일제히 동일한 검사를 진행하고 의학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흉부사진과 혈액검사, 폐 CT사진 촬영 등 검진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확진자가 사람이 밀집한 학원에서 발생한 사실을 고려할 때 감염이 급속도로 퍼질 우려가 있다"며 "학생뿐 아니라 강사들도 검진대상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A학원이 즉시 폐쇄되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원이 폐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사나 수험생들이 다른 학원으로 옮겨 다닌다면 범위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학원을 폐쇄하고 검진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보건당국이 학원이 이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되물을 뿐이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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