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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들러리 아닌 ‘최후의 방패’…국선변호사 인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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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 못구한 형사 피고인에 지정

2년마다 성실성 등 고려 재위촉

한해 12만건 일폭탄… 경쟁 치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형식적인 ‘들러리’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들은 법정에서 검찰과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등 핵심 증거의 압수절차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선변호인은 ‘한직’ ‘들러리’라는 세간의 오해와 진실을 짚어본다.

국선변호사들은 유독 ‘실력 없는 들러리’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국선변호사가 들러리 변론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2년 주기로 법원의 평가를 받아 재위촉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이나 피고인 접견을 성실하게 하지 않았다면 재위촉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국선변호인을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하는 법원도 있다.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는 가난한 변호사들이 국선변호인에 지원한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과거 방송 ‘솔로몬의 선택’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은 김병준( 55) 변호사도 서울중앙지법의 일반 국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 국선전담 변호사는 “형사사건 수임 경험을 하고 소위 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국선을 맡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A국선 전담 변호사는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피고인들의 최후의 방패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인은 사선 변호인을 구하지 못한 피고인들을 법원 결정에 따라 변론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법원이 구속되거나 미성년자ㆍ70세 이상ㆍ농아자ㆍ심신장애가 의심되는 피고인ㆍ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국선변호인을 붙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변호인을 구하지 못했다면 국선변호인이 지정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선변호인은 기피대상인 사건을 맡아 변론하는 일도 잦다.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씨도 향후 1심 재판에서 국선변호인의 변론을 받게 됐다. 이 씨의 사선 변호인은 지난 1일 법원에 사임계를 냈기 때문이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17)양도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의 변호를 받고 있다.

국선변호인은 변론 도중 어려움을 겪더라도 법원 허가 없이 사임할 수 없다. A 변호사는 “법적으로 맞지 않는 걸 변론해달라고 주장하는 피고인들이 있더라도 쉽게 사임할 수는 없다”며 “당사자들이 특정 변호사를 원해서 선임한게 아니다보니 재판 준비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협조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선변호인은 국선 사건만 맡는 국선 전담과 다른 사건도 수임하는 일반 국선으로 나뉜다. 국선 전담은 법원 각 재판부에 배정돼 급여를 받는다. 월 600만~800만원의 급여와 50만 원의 사무실 유지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전국 37개 법원에 222명의 변호사가 국선전담으로 위촉돼있다.

일반국선은 사건을 맡을 때마다 기본 30만 원 수당을 받는다. 법원은 변호사 단체로부터 일반국선 변호사 명단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기용한다. 피고인은 구속영장심사 단계에서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선 변호인들은 야근이 필수일 정도로 바쁜 경우가 많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서 “국선이 형사사건을 싹쓸이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지난해 형사사건 피고인 37만 6767명 가운데 33.5%인 12만 7016명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쏟아지는 일거리 때문에 국선변호인들에게 야근은 필수가 됐다. 국선전담 경험이 있는 이은숙 변호사는 “많으면 하루 10개 사건을 법정에서 연속으로 변론할 때도 있다”며 “틈틈이 피고인들과 면담하고 전화연락을 해야 해 서면준비는 주로 늦은 밤이나 주말에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선변호사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국선전담이 각광받는 것이다. 대법원의 지난해 상반기 국선 변호인 모집 경쟁률도 10.3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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