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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빅 브러더’ 구글, 또 솜방망이 처벌로 피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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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한 구글을 조사 중인 가운데, 위법 행위가 확인되더라도 구글은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위가 2011년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불법 수집한 애플에 부과한 과태료는 300만원, 2014년 무단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한 구글에 부과한 과징금은 2억1230만원에 불과했다.

방통위는 23일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위치 서비스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한 것과 관련해 (구글의 한국 법인인) 구글코리아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구글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IT(정보기술) 매체 쿼츠는 21일(현지시각) “구글이 올해 초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 개인의 위치와 이동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쿼츠는 “구글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위치 서비스 기능을 꺼두었을 때나, 스마트폰이 공장 출하 당시 설정으로 초기화된 상태에서도 이동통신 기지국 주소 등의 정보가 구글로 전송되도록 했으며, 구글도 이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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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기반의 ‘넥서스’ 스마트폰. /블룸버그



이동통신 기지국은 ‘셀 아이디(Cell ID)’라는 고유식별번호를 갖고 있다. 구글은 “올해 1월 메시지 전송 속도와 성능을 더 개선하기 위한 추가 신호로 이용하려고 셀 아이디 코드 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셀 아이디를 알면 휴대전화 사용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구글이 단순히 메시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광고 마케팅 등에 활용하기 위해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80%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든 ‘안드로이드폰’을 쓴다.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상당수의 위치정보가 본인이 알지도 못한 채 수집된 것이다. 이미 구글코리아는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과 정보를 본사로 전송한 사실을 인정했다.

IT 업계에서는 이전 사례에 비춰볼 때 방통위가 구글을 처벌하더라도 수위가 낮아 처벌 실효성은 별로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위치정보법은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거나 동의의 범위를 넘어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연간 903억달러(약 98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조(兆)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수천만~수억원의 벌금을 물더라도 회사에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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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가운데 마이크 든 사람) 구글코리아 대표가 2017년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말하고 있다. /국회방송



구글은 한국에서 2009년 10월~2010년 5월 3차원 거리 영상을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Street View)’ 서비스를 위해 특수 카메라로 거리를 촬영하면서 이용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 2011년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으나, 구글 임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이듬해 기소가 중지됐다. 이후 방통위는 서면 조사 등을 거쳐 2014년 1월 구글에 과징금 2억1230만원을 부과했다.

그보다 앞서 애플은 2010년 6월~2011년 5월 국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불법 수집했다. 애플은 사용자에게 위치정보 수집 동의를 받았으나, 위치 서비스 기능을 꺼둔 상태에서도 정보를 계속 수집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방통위는 2011년 8월 애플에 300만원의 과태료를 매겼다.

방통위는 당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에 대해 “관련 법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에도 법 개정 등의 후속 조치는 거의 없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위치정보법이나 개인정보 보호법은 벌금 액수가 지나치게 낮아 실효성이 없다”며 “유럽 국가들이 EU(유럽연합) 차원에서 연대하는 것처럼 한국도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법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실효성이 있는 제재 방안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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