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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최종구 "노동이사제, 사회적합의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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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작심발언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최근 금융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 위원장은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이사제는 노사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나서 이야기할 문제"라며 "금융권에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권고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 노조의 경영 참여 논란이 커지자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이사회 구성에 좀 더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여러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니 취지 자체는 일리가 있다"면서도 "혁신위에서도 논의가 있다고 들었지만 어떤 결론이 난 게 아니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최 위원장의 발언이 최근 KB금융을 시작으로 확산되는 금융노조의 경영 참여 시도에 대해 금융당국 차원에서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지난 20일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에 대해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표명하면서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하지만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위원장의 권고안에 금융위가 독립적 의견을 내지 못하고 따라가면 금융권이 노동이사제 도입의 전초기지로 활용돼 각종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이 같은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혁신위에서도 초안 단계에서 논의 중인 근로자 추천 이사제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일자 다음달 중순께 발표할 최종안에 해당 안건을 포함할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은 또 기업 구조조정 정책의 무게중심을 기존 금융당국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최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앞으로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산업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기존 구조조정은 주로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그보다 앞서 산업구조 전반의 전망, 고용, 지역경제 등의 문제들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놓고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는 컨트롤타워가 있었으나 금융당국이 사실상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시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을 두고 금융위, 산업부, 해양수산부 등 부처 간 이견이 생기면서 잡음이 일었는데 결국 자금줄을 쥐고 있던 금융당국이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후 해운 물류 대란이 발생하고 해운 산업 시장점유율이 확 줄어들면서 1위 국적 선사를 법정관리에 보낸 결정이 과연 잘한 것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는 아무도 손에 피를 묻히고 싶어하지 않아서 금융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나선 경향이 있었다"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 전망을 고려하고, 고용노동부가 고용 영향을 고려해 산업경쟁력 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 문제를 결론내는 것이 순리에도 맞고, 금융위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성동조선이나 STX조선 등 청산가치가 계속가치보다 크다고 알려진 중소 조선사에 대해서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태성 기자 / 이승윤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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