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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강병우 “바람과 목표는 다른 것, 목표를 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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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군, 야구 유니폼 벗고 억대 연봉 ‘보험왕’ 강병우씨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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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10시즌을 뛰었지만 1군에서 겨우 11경기에만 나섰다. 통산 타율은 2타수 1안타, 5할이다. 강병우(31)라는 이름은 프로야구 팬들에게도 낯설다. 2009년 겨울, LG가 선수 2명과 현금 25억원을 주고 넥센으로부터 이택근을 데려왔을 때 LG를 떠난 선수 2명 중 한 명이었다.

성남고 시절 박병호와 친구였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줄곧 투수였다. 구속은 또래들에게 절대 뒤지지 않았다. 고교 2년 때 갑자기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 찾아왔다. 강병우는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포수에게 던지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외야수로 전향했고, 친구와 함께 LG에 입단했다.

야구는 재능만으로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굴곡의 연속이었다. 프로 입단 뒤 빠른 발을 살리는 게 좋겠다는 조언에 따라 좌타자로 전향했다. ‘1군에만 올라간다면 해볼 만하다’ 싶었을 때 트레이드됐다. 또다시 방출 됐고, 새로 생긴 팀 NC에 테스트를 통해 입단했다. 2013년 말 NC 김경문 감독의 격려가 힘이 됐다. 3개월 동안 죽어라 방망이를 휘둘렀다. 만년 2군 선수였다가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캠프 열흘 만에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가 어깨를 다쳤다. 강병우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12시간 동안 많이 울었다. 어깨도 아팠고 마음도 아팠다”고 했다. “나한테 그랬다. ‘고작 3개월 열심히 한다고 야구의 신이 잘 봐줄 거라 믿었냐’고.”

그렇게 야구가 끝났다. 2014년 여름, 강병우는 결국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방출이 더 적합한 단어였다. 아는 선배의 권유로 보험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를 찾아갔다가 단칼에 거절당했다. 강병우는 “첫 타석에서 스윙도 못해보고 삼진을 당한 셈이었다. 그날 밤 술 많이 마셨다”고 했다.

오기가 생겼다. 6개월 동안 술을 끊었고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2시~새벽 1시에 퇴근했다. 하루 4시간만 잤다. “남들이 10명 만나서 3명 계약하면 나는 20명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7개월 만에 연봉 1억원 이상 보험설계사가 가입할 수 있다는 MDRT 회원이 되었다. 지금은 유명 외국계 보험회사의 부지점장이다.

지난 9월 NC는 2군 팀인 고양 다이노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병우는 NC 2군 선수들 앞에 강사로 섰다. “그냥 1군에 가고 싶다는 건 목표가 아니다. 2군에서 타율 3할도 안되면 1군에 가더라도 어렵다. 그러면 내년에 3할 이상 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과정을 살피고 계획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우의 야구인생이 그랬다. 변화가 찾아왔을 때 기회로 연결하지 못했고,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강병우는 “목표가 막연했다. ‘안타 치면 좋겠다. 1군에 가면 좋겠다. 연봉 많이 받으면 좋겠다’ 그건 바람이지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보험은 야구처럼 매일매일 타율이 기록된다. 강병우는 “목표를 위한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배웠다. 2군 때 생각하면 훈련 스케줄을 받기만 했지 그걸 내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스케줄 안에서 내 시간을 어떻게 집중해서 쓰느냐가 중요하더라. 그걸 지금 알겠다”고 했다.

11월은 야구에서 가장 슬픈 달이다. 야구가 끝나서가 아니라 해마다 이맘때면 수십명이 강병우의 길을 가야 한다. 막막한 미래 속에서 한숨을 쉬게 되는 계절이다. 강병우의 대답은 간단했다. “후배들아, 겁내지 마라. 도전은 부끄럽지 않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글·사진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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