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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美, 삼성·LG세탁기 최대 50% 관세 폭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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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 세탁기 때문에 자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보았다며 삼성·LG전자 제품에 최고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을 결정했다.

ITC는 21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세탁기의 약 90%가 한국 제품이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에 연간 300만대의 세탁기를 수출하는 삼성·LG전자는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신호탄이 터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화학·태양광·세탁기 동시다발 압박

ITC는 3년에 걸쳐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 세탁기에 대해 첫해에는 50% 관세를 부과하고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를 매기는 안이다.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한 관세를 놓고서는 4명의 ITC 위원이 '부과하지 말자'(2명)는 의견과 '1년 차 20%, 2년 차 18%, 3 년 차 15%를 부과하자'(2명)는 의견으로 갈렸다. ITC는 각각의 의견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했다. ITC는 또 세탁기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자고 했다. 3년간 첫해에는 5만대 분량 초과 물량에 50%, 2년 차에는 7만대 초과 물량에 45%, 3년 차에는 9만대 초과분에 대해 40%의 관세를 물리자는 내용이다. ITC는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며 내년 2월까지 세이프가드 시행 여부가 확정된다. 미국은 2002년 이후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적이 없다.

조선비즈


이번 세이프가드 조사는 미 가전업체 월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월풀이 삼성과 LG의 약진으로 현지 가전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자 미 정부를 등에 업고 견제에 나선 것이다. 삼성·LG는 미국 수출용 물량을 대부분 베트남·태국 등 해외공장에서 만든다. 세이프가드는 원산지에 상관없이 해당 회사 제품 수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반덤핑관세보다 파급력이 크다. 다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당초 월풀은 모든 세탁기 제품에 일률적으로 50%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ITC는 120만대 초과분만 고율 관세를 부과하라고 했다. 삼성·LG로서 최악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현재 1%대인 관세율이 단숨에 올라가, 삼성·LG의 부담은 커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는 연간 300만대 안팎으로, 금액으로 치면 10억달러(1조1400억원) 수준이다. 고율 관세 부과 기준으로 제시된 120만대는 삼성·LG 수출 물량의 절반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20만대 이내 물량에 대해서도 관세를 매기자고 하면 충격은 확대된다.

삼성·LG 초긴장… 정부 "WTO 제소 검토"

삼성·LG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짓고 있는 가전공장 완공을 내년 1분기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당초 2019년 1분기로 예정된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완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날 삼성·LG와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세계무역기구 제소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적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ITC는 지난달 31일 한국에서 수입된 태양광 모듈이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4년간 최대 35%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의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도 착수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페트(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수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김승범 기자(sbkim@chosun.com);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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