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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국종 교수가 끝내 하고 싶었던 말 "의사 간 폭행? 우린 때릴 전공의도 없다" 외과의 현실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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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아주대병원 중증 외상센터 전문의 이국종 교수가 김종대 의원 때문에 일어난 논란에 심경 토로를 하며 열악한 외과의 환경을 전했다.

22일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저희 병원장이 격노했고, 제가 병원장실에서 두시간 동안 불려가 있었다. 어제도 한 시간 반 있었다. 견디기가 힘들었다"며 "외부에서 나쁜 의견이 제기됐을 때 우리 같은 작은 신생 의과대학은 견딜 힘이 없다. 병원장께서도 브리핑 취소하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환자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칼을 쓰는 사람이다. 외과 의사와 살인자들이 쓰는 칼은 칼 잡는 각도만 다르다. 의사 전체 영역 중에서 외과 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들"이라며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돼 버리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고 한탄했다.

앞서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기생충 발견 관련 브리핑 등을 겨냥해 인격권 테러라고 지적했다.

이날 브리핑은 김 의원이 제기한 문제로 인한 논란 탓에 환자의 상태보다 외과의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주된 내용이 됐다.

이 교수는 한국의 중증외상센터를 비롯한 환자 관리 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지적하며 "중증외상센터 및 보건복지부 정책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문제가 있었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 중증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못 할 때 창피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의료계 폭행' 사건과 관련해 "동료 의사들조차 저에게 자신이 폭행하고 때리고 무게 잡는 의사라고 얘기 많이 하는데, 폭행도 때릴 전공의가 있어야 한다"며 "외과에서는 다 없어진 일"이라고 전해 인력조차 부족한 외과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미래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중증외상센터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중증외상센터 안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실에서 앞날이 한치도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고 갈 때 까지만 간다는 게 팀원들"이라고 하소연했다.

뉴스팀 chunjaehm@segye.com

사진=YT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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