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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쥬라기 공룡 밀집지 中 즈공, 세계 모형공룡 85% 생산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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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이 ‘문화’를 ‘산업’으로 키워… “공룡⋅랜턴공장엔 근로자 대신 예술가”
1억6000만년전 공룡화석 최대 발굴지, 800년 등축제 고향 中 간판 문화산업으로 육성
中 첫번째 노공업도시 업그레이드 시범구...일대일로타고 항공산업 등 산업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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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공의 최대 모형공룡 수출업체 건구룽텅의 공장 /즈공시



중국 쓰촨(四川)성 성도(省都)에 있는 청두쐉류(成都雙流)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즈공(自貢)시에는 중국의 역사⋅유물을 대표하는 박물관 3곳이 있다. 1억6000만년전 쥬라기 공룡화석이 밀집한 공룡박물관, 2000년 소금 우물(鹽井)역사를 보존한 염업(鹽業)역사박물관, 800년 등(燈)축제 역사를 담은 랜턴 박물관이 그것이다.

인구 328만명의 3~4선급 소도시지만 이들 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세계 모형공룡의 90%를 생산하고, 중국에서 가장 많은 우물 소금을 만들어내고, 전세계 등축제를 가장 많이 서비스하는 산업기지로 떠올랐다. 내년으로 40주년을 맞는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올 4월 ‘노후 공업도시와 자원형 도시 산업전환 업그레이드 시범구’로 처음 지정한 12개 도시중 하나이기도 하다. 즈공시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성) 와 함께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3대 대형 프로젝트로 꼽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창장(長江)경제벨트를 타고 항공산업과 친환경 전력설비 등 신흥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일본⋅대만기업에 자극받아 현대판 모형공룡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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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공에 있는 중국 최대 모형공룡 수출업체 건구룽텅에서 근로자들이 만든 움직이는 공룡 철구조물과 외피를 입히는 모습과 완성된 공룡. /즈공=오광진 특파원



즈공공룡박물관의 장정취앤(張正權) 관장은 “쥬라기 공룡화석이 세계에서 가장 많아 미국 캐나다에 있는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박물관으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즈공에서 발굴된 공룡화석은 물론 관련 동⋅식물 화석이 200여점에 이른다.

장 관장은 1989년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미국 등 해외 30여개 도시로 나가 전시를 해왔다며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공룡박물관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선 ‘동방의 용궁’으로도 불린다.

즈공의 공룡은 오래전 화석에 머물지 않았다. 올초에 공룡 테마파크가 문을 열었고, 즈공에 있는 140여개 모형공룡 공장들은 즈공을 현대판 공룡의 고향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생산규모는 6억위안(약 1000억원)으로 중국 전체 모형공룡 생산량의 95%, 전세계의 85%를 차지했다.

즈공 첨단기술산업개발구에 있는 건구룽텅커지(亘古龙腾科技)도 그중 하나로 세계 최대 모형 공룡 수출업체다. 2007년 창업한 건구룽텅의 궈치훙(郭基洪)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에 전년보다 25%많은 500만달러를 수출했다며 한국 미국 유럽 등 60여개국가의 공원과 박물관 관광지 등에서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행한 즈공시 관계자는 “1993년 대만계 기업이 즈공에 와서 모형공장을 세우고, 비슷한 시기 일본기업이 청두에서 모형공룡을 전시하면서 즈공기업들도 생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외 개방이 공룡화석 전시에 안주하던 즈공을 공룡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키는 자극제가 된 것이다.

건구룽텅 공장에선 공룡 모양의 철구조물에 용접하는 것부터 스스로 동작하고 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를 달고, 유리섬유 등으로 외피를 입히고 색을 칠하는 모든 공정이 수공(手공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궈 CEO는 “독일과 미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공장은 즈공에만 있다”며 “공장의 근로자들이 단순한 모형이나 로봇을 만드는 제작자가 아니라 사실상 예술가 수준을 갖춰야 해 인력배양이 쉽지 않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구룽텅은 연면적 4만평방미터의 공장에 150여명의 인력을 두고 있지만 즈공 전체적으로는 2000명이 넘는 인력이 모형공룡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전자상거래로 해외시장 뚫기가 쉬워진데다 중국내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모형공룡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 마당에는 20cm에서 부터 60m 크기까지 다양한 공룡이 늘어서 있거나 느릿 느릿 돌아 다니며서 소리를 낸다. 닭과 인간을 합친듯한 모형은 태국 전설에 나오는 캐릭터를 현지에서 주문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모형공룡 제작으로 쌓은 기술로 해외에서 원하는 대형 캐릭터 모형을 제작하는 것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등축제 수출기지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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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공 랜턴 박물관 /즈공시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등축제가 열렸다. 이를 주도한 곳이 중국 최대 행사용 랜턴 제작 및 등축제 서비스 제공업체인 덩차이(燈彩, 랜턴)그룹이다. 지난해 7월 즈공의 17개 랜턴업체들이 합병해 출범한 민영기업이다.

덩차이그룹 공장은 당⋅송(唐⋅宋)시대부터 유래된 즈공의 등축제가 산업화되고 있는 현장이다. 화가 출신으로 32년을 등기구 사업에 종사해온 황더춘(黃德春) 덩차이그룹 회장은 공작새 모양의 등기구를 가리키며 “2명이 8일을 꼬박 일해야 만들 수 있다”며 “랜턴 공장 근로자들은 모두 예술가 수준의 솜씨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용이나 팬더 같은 중국풍 전통 캐릭터는 물론 영국 동화에 나오는 피터래빗 같은 해외 유명 캐릭터 형태의 등기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도라에몽 헬로우키티 미국의 디즈니 등 해외 캐리터 저작권 협약을 통해 만든 제등 기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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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등축제 서비스와 등기구 생산기지인 즈공에 있는 등 박물관과 이 분야 최대 기업인 덩차이그룹에 있는 등기구들 /즈공=오광진 특파원



류청(劉成) 덩차이그룹 총재(사장)는 “전세계 개들은 다 여기 있다”며 “일회성 등축제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관광지와 쇼핑몰 같은 상업시설의 등기구 세트로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에 해외 본부를 두고 있다는 류 총재는 등축제 해외시장의 85%, 중국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증시 상장도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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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공의 등축제는 1990년 싱가포르 수출을 시작으로 해외 수출 문화상품이 됐다. 동남아 유럽 북미 등 60여개국가에서 선보인 등축제를 즐긴 인구가 4억명이 넘는다는 게 즈공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즈공 랜턴박물관에는 급성장하는 즈공의 등축제와 관련 등기구 수출 그래프가 걸려있다. 지난해 수출 규모가 전년보다 29.7% 늘어난 2177만달러에 달했다.

올 1월엔 즈공의 제등 업체인 하이톈(海天)문화가 신3판(중국판 코넥스)에 등록됐다. 중국에서 유일한 등축제 상장업체라고 소개한 뤄루이(羅叡)CEO는 “내년에 중동 미국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등 10여개국가와 지역에서 중화 등축제를 같은 시간대에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며 “등축제와 등기구를 포함해 지식재산권 신청이 544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하이톈 본사에는 폐기된 의료용품이나 그릇 등을 재활용해 만든 다양한 등기구도 전시돼 있다.

즈공 랜턴박물관 관계자는 “즈공시가 향후 10년간 전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등축제를 열어 100만개 기업이 동반진출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대일로⋅창장경제벨트 접점...청위경제권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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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00년 우물 소금 역사를 보존한 즈공에 있는 주다염업의 포장 공장. 자동화로 인력을 크게 줄였다. /즈공시



즈공의 염업 박물관엔 청나라때 1000미터 깊이의 우물을 파서 소금을 캤다는 기록이 나온다. 중국에서 우물 소금 생산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주다(久大)염업공사가 즈공에 있는 배경이다.

1999년부터 주다염업을 맡은 푸강이(傅剛義) 회장은 4만여명의 직원을 6000여명으로 줄이는 국유기업 개혁을 하면서도 쓰촨성과 후베이성의 소금 생산업체를 인수합병해 연간 생산량은 같은 기간 80만톤에서 350만톤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소금 생산업체에 자체 판매를 허용하는 소금 전매 개혁이 단행된데 맞춰 다양한 소금 제품 생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전체 진공 제염 설비의 85%가 이 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채택할 만큼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즈공은 17~19일 1회 국제소금산업 박람회와 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소금을 산업은 물론 관광산업 소재로 키우는 노력도 하고 있다. 노후화된 소금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일부 시설을 그대로 보존한 뒤 예술구로 재단장중이다. 군수 공장을 예술로 바꾼 베이징의 798를 모델로 했다. 내년 춘절(春節, 설)에 개장할 라오옌창(老鹽場)1957엔 젊은이들이 즐겨 찾을 카페와 맥주집도 준비중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즈공문화관광투자그룹의 쑹칭산(宋青山) 회장은 청나라 시대 염정을 그대로 보존해 소금을 만들고 있는 선하이징(燊海井) 등과 함께 즈공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즈공은 소금 뿐 아니라 쓰촨의 매콤한 장(醬)으로 대표되는 식품가공과 의류 등 전통산업 개조와 함께 항공, 친환경 전력설비, 바이오, 그래핀 셰일가스 등의 신흥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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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 즈공시가 조성중인 항공산업단지. 즈공시는 21일 2조 2300억원 규모의 항공관련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즈공=오광진 특파원



2015년 7월 터 파기를 시작한 즈공 항공산업단지는 아직도 허허 벌판이 많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추진된 체코 업체의 경비행기 조립공장 등 7개 프로젝트가 마무리됐고, 다목적 공항 건설 등 14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린카이(林凯)항공산업단지 관리위원회 부주임은 “400미터 활주로를 갖춘 다목적 공항에 대한 비준이 늦어도 내년초엔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즈공시는 21일 베이징에서 베이징서우항(首航)헬리콥터항공 등 8개기업과 총 132억 8000만위안(약 2조 2336억원)의 항공산업단지 투자 계약을 맺었다.

항공산업단지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등에 공급할 항공기 엔진 부품 등의 공장을 운영중인 하이촨(海川)실업이 있다. 이 회사의 마오징린(毛静霖) CEO는 “전세계 주요 항공기부품을 주문받아 안정된 품질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행한 중국 기자는 “항공기부품의 폭스콘(전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즈공을 가로지르는 창장의 지류인 퉈장(沱江)에는 2020년 완공 목표로 청두~구이양 고속철도 구간과 연계하는 공사와 항만시설 확충 공사가 진행중이다. 창장경제벨트를 활용할 수 있는 물류능력이 커지는 것이다.

즈공은 지난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7768위안(약 635만원)으로 중국(5만 3980위안)은 물론 쓰촨성 평균(3만 8919위안)에도 못미치지만 7%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이 내건 2020년 전면적인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사회 건설을 향해 경제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휴비스가 현지 진출한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화섬공장을 운영중일 만큼 외자가 드문 곳이다. 즈공시 투자촉진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의 기업들도 즈공의 신흥산업과 동반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강(李剛) 즈공시 서기는 “즈공은 예로부터 소금으로 번성한 도시여서 왕래가 많아 성벽이 없는 곳으로 유명했다”며 역사적으로 대외개방 정신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즈공(쓰촨성)=오광진 특파원(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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