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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농축산 시장 추가 개방땐 전멸"...한·미 FTA 폐기 주장까지 나온 간담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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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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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은 추가로 농축산 시장이 개방될 경우 한국 농축산업계가 전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농축산업 단체들은 정부의 통상정책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고 있다며 한·미 FTA 폐기와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파면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농축산업계의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며 미국이 농업 부문에 대한 불합리한 요구를 할 경우 FTA 폐기 카드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산업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 센터에서 개최한 ‘한·미 FTA 개정 관련 농축산업계 간담회’에서 농축산업계 관계자들은 “한·미 FTA로 인해 농민 피해가 매우 크고 앞으로도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한·미 FTA 폐기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급증하고 있지만, 농가 피해를 막을 세이프가드 발동기준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직불금이나 폐업 지원금 등 정부가 마련한 농가 피해대책은 현실성이 없고 지원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시절과 대통령 후보 시절에 농민들에게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정부는 한·미 FTA를 무조건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산업부가 통상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있는지 걱정스럽다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파면을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김 본부장이 애초에 한·미 FTA 개정 협상 얘기가 나올 때 미국과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공동 분석을 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분석 없이 미국 요구에 따라 개정 협상에 들어갔다”라며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니는 정부가 통상전략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도 “미국의 부당한 시장 추가 개방 요구가 나올 경우 정부는 한·미 FTA 협정 폐기 카드까지 꺼내는 등 강력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민수 정책실장은 “만약 미국이 농업 분야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 대표적인 불평등 조항인 쇠고기·돼지고기·낙농품에 적용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 발동기준을 개선하고, 무관세 쿼터(할당) 배정 등의 부당한 조건을 삭제하는 식으로 개선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며 “불평등한 협정을 유지할 경우 오히려 국민들의 반미 감정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업 분야는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업 분야는 미국이 오히려 한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개정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강조해 농업 분야를 협상 대상으로 원천적으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미국이 이미 많은 통상이익을 구현하고 있는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을 요구해 소탐대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른 분야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전술적 방편의 하나로 농업 분야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병일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축산업계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폐기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농업 분야를 추가로 개방할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는 농업 분야를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한·미 FTA를 체결했을 당시 정부가 농업 분야에서 방어했다고 홍보했던 세이프가드 설정 등을 미국이 공격 포인트로 삼을 수 있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향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업 부문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농업 부문은 한국 내에서 민감한 사안이고, 농업 시장 추가 개방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라며 “개정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농업 분야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농업이 대상이 되더라도 불합리한 조항이나 이전에 양보했던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식적으로 ‘농업은 레드라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라며 “한·미 FTA 폐기도 미국 만의 협상 카드가 아닌 한국도 가진 협상 카드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한·미 FTA 개정 협상 전략을 세우는데 반영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다음달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 FTA 개정 관련 2차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성필 기자(fee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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