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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美 ITC 권고안에 계산 복잡해진 삼성·LG전자…가전 사업 수익성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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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면했지만, 수익성에 큰 타격은 불가피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상의 수입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량(TRQ)를 설정했다. 일단 두 회사는 일단 우선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다. 모든 한국산 세탁기에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월풀의 터무니 없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번 ITC 권고안이 전자 분야에서 한국 최대의 수출 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전 사업 수익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삼성의 경우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 대부분을 한국이 아닌 동남아 등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ITC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한미 FTA에 따라 구제조치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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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경남 창원2공장 제조라인에서 직원들이 드럼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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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미국 공장 조기가동으로 대응…“생산단가 상승 불가피”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는 이날 발표한 공식 입장 발표에서 나란히 미국 공장 가동에 대한 계획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초부터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경쟁사에 비해 준비가 빠르게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 미국 ITC의 규제에 대비해 생산라인 셋업(Set-Up)을 앞당긴 것이 주효했다는 반응이다.

LG전자(066570)역시 미국 테네시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길 방침이다. 세이프가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LG전자는 이번 ITC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 세탁기 생산 물량을 우선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국내 생산능력을 일부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미국 현지에서의 세탁기 생산량을 당초 예상치보다 훨씬 더 높여야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 LG전자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는 약 200만대 수준이다. ITC가 제시한 120만대 초과분에 대해 50%의 고관세를 적용할 경우 두 회사는 약 40% 수준에 해당하는 세탁기를 한국이나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야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전 사업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고민해온 삼성전자, LG전자는 그나마 최소한의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 물량과 유통 체계를 최적화해왔다”며 “이번 ITC의 수입 규제로 인해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생산단가 상승이 불가피해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목소리 높이는 전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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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 로우스(Lowe's) 매장에 전시된 삼성 드럼세탁기./삼성전자 제공



이번 ITC의 방침은 미국 최대의 가전 기업 중 하나인 월풀(Whirlpoo)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SOS’를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월풀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1위 기업이지만 프리미엄 세탁기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에 밀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LG전자는 900달러 이상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2007년에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이후 10년째였다. 시장조사업체 스티븐슨컴퍼니에 따르면 해당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액 기준 LG전자의 점유율은 28.9%에 달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출시한 '액티브워시'로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었다.

미국 ITC로부터 한국 기업이 부당한 수출 규제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최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미국의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세탁기뿐만 아니라 지난 11일에는 한국산 페트 수지마저 같은 판정을 받으면서 다른 제품들까지 추가로 ITC 판정 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9월 말 미국 반도체 업체가 ITC에 제소한 반도체 기술 특허 침해 여부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전자업계 전역에서는 정부가 미국 ITC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탁기뿐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경제에 수출 산업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데 정작 우리 정부는 이같은 부당한 보호무역 기조에 너무 맥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해 우리 기업이 부당한 규제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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