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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디지털스토리] 서울·부산·대구 시설물 4곳중 3곳 지진에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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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율 부산 25.8%, 서울 27.2%, 대구 27.2%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한반도를 잇달아 뒤흔든 지진은 대부분 중소도시에서 발생했다. 경주와 포항의 인구는 각각 25만 명, 50만 명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나 부산 등 전통적인 대도시는 지진 공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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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진 안전지대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드물지만 4.0 이상의 강진을 비롯해 크고 작은 지진이 꾸준히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또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의 내진율이 평균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지진은 모두 1천358회다. 이 중 경주와 포항을 포함한 경상북도가 524회로 가장 많았다. 전체 지진의 38.6%가 이들 지역에서 발생했다.

충청남도는 145회 발생해 두 번째로 많았고, 전남이 118회로 그 뒤를 이었다. 100회 이상이 지진이 발생한 곳은 이들 3곳이다.

서울도 24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기는 16회다. 부산은 11회로 대전·대구(각 10회), 광주(5회) 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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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역사적으로 수 차례 강진을 겪었던 지역이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건축물 지진위험도 평가 위한 자료 확보와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기 27년(백제 시조 온조왕)부터 1726년(조선 영조 2년)까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진도 5 이상은 59회, 진도 6 이상은 23회 발생했다. 승정원일기 등 조선 시대 기록에 따르면 1518년(중종 13년) 7월 2일에는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해 성곽이 붕괴됐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연구진은 "서울 지역은 한강 하류를 따라 큰 단층이 존재한다"며 "이럴 경우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고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특성상 지진 발생 시 산사태 위험도 있다. 연구진은 지진 발생 시 산사태 주요 위험 지역으로 관악구, 서초구, 도봉구, 노원구 등을 꼽았다. 또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은 암반 재질인 충적층과 호상편마암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은평구, 서초구 등 6곳이나 존재한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촉구했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특성도 불안감을 더한다.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판 내부 지진'으로 매우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게 특징"이라며 "어느 정도 규칙성을 띤 일본 지진(판 경계 지진)과 달리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에는 수많은 활성단층(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 존재한다"며 "과거에도 지진이 잦았고, 서울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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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일수록 내진율이 낮은 것도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주요 대도시의 내진율은 평균 미만으로 나타났다. 내진율이란 기존 시설물 중 내진 설계 기준을 적용했거나 보강 등을 통해 내진 성능이 확보된 시설물 비율을 뜻한다.

부산은 25.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포항과 약 70km 떨어진 대구도 27.2%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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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도 안전하지 않다. 서울은 27.2%, 인천은 28.5%로 평균 미만으로 나타났다.

고층 빌딩이 밀집된 곳의 내진율은 더 낮았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업무 지역인 중구는 13.0%, 종로구는 13.9%에 머물렀다. 용산구도 19.3%에 그쳤다. 모두 2015년 6월 기준이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부산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표 업무 지역이자 구도심인 중구는 10.1%로 전체 지역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또 다른 업무 지역인 동구는 두 번째로 낮은 14.2%를 기록했다. 이밖에 영도구 15.5%, 서구 18.1%, 해운대구 19.8%로 나타났다. 모두 올해 6월 기준이다. 부산의 16개 자치구(기장군 포함) 중 내진율이 20% 미만은 7곳이다.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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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당시 진동을 직접 느꼈다는 이창대(25·부산시 연제구) 씨는 "최근 경주나 포항 등 인접 지역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부산도 더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히 오래된 건물을 보면 불안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대도시에서 유독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포항 지진 현장에서 건축물 피해 현황을 조사 중인 주영규 고려대 건축공학 교수는 "대도시란 곧 오래된 도시란 의미"라며 "낙후된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도시 역사가 긴만큼 과거에 건축한 오래된 빌딩이나 아파트 등의 빈도가 높은 게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주 교수는 "달동네 같은 빈곤 지역의 경우는 내진 보강 정도가 아닌 아예 다 뜯어고쳐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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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18일 경북 포항 한 아파트 외벽이 지진으로 금이 가 있다.



그는 이어 "경주나 포항의 지진이 대도시에서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한 번에 내진율을 끌어 올릴 순 없으니 국책 기금 일부를 열악한 지역에 먼저 투자해 하나씩 내진 보강부터 실시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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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한 원룸 건물 일부 기둥이 파손되자 시공사 측이 보강 공사를 실시했다.



김희철 경희대 건축공학 교수 역시 "이번 포항 지진이 서울 쪽에서 났다면 큰 피해가 났을 것"이라며 "대도시일수록 주상복합 건물 건축 시 연약층(soft story) 형성을 유도하는 필로티 공법을 결코 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사회기반시설, 노후시설 등이 밀집돼 있는 데다 인구도 많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인명이나 재산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역사(9호선 제외) 277개소 중 36.8%에 해당하는 102개소가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다. 도시철도 및 교량은 407개 중 203개(44.7%)가 30년이 넘은 것이다.

데이터 분석=신아현 인턴기자

인포그래픽=김유정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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