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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Startup’s Story #377] ‘복비 제로’ 원룸 중개 서비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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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스는 부동산 업계에 큰 충격을 주며 등장한 원룸 중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세입자에게 중개 수수료를 일절 받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싶은 세입자들에게 이보다 더 달콤한 제안은 없다.

매체를 통해 집토스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무실로 찾아와 항의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전화와 메시지를 수도 없이 받았단다.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재윤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큰 흐름은 어차피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집토스는 유의미한 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 이재윤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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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스 이재윤 대표



군생활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쉬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착각이었다. 어렵게 땄다. 계기는 정말 단순했다. 일병 달고 휴가를 나왔는데, 집 앞에 생긴 맥주 가게 사장님이 군 생활 동안 자격증을 따서 낮에는 학생, 밤에는 중개인으로 3년을 살며 돈을 모았다는 거다. 그 돈으로 차린 가게였다. 나에게도 자격증 따라고 부추기는데 솔깃했다. 그다음 날 공인중개사 시험 교재를 사 들고 복귀했다. 낮밤 가리지 않고 짬 날 때마다 공부해서 턱걸이로 겨우 합격했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친구 둘과 2015년 7월에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공부만 했지, 실무 경험도 시장 지식도 없는 상태였다.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한 거다. 고객을 유치하려니까, 자연스럽게 학교 친구들 집을 먼저 구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들 친구고 동문이니까 돈을 받을 수가 있나.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수수료 안받고 원룸을 구해주겠다’고 올렸더니 입소문이 났다. 그게 한국일보에 기사화되었고, 이어 포털 메인에 소개되면서 제법 알려졌다. 그때부터 슬슬 부동산 시장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

한 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시작부터 잘못됐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주관하는 정부가 매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다. 해마다 합격률 차이가 엄청나다. 어떤 해에는 시험이 너무 쉬워 합격자가 속출하고, 자격증이 남발된다. 결국 땅덩이 크기는 한정되어 있는데, 부동산 중개소만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중개소는 서비스 질 개선보다는 경쟁적으로 광고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보가 부풀려졌다. 정직하게 매물을 올리면 전화 한 통이 안 오기 때문이다. 고객은 잘못된 정보에 속고, 중개소는 광고비가 늘어나고 악순환의 연속인 거다.

집토스의 해결 방안은 뭐였나.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해선 부동산을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이 나와야 한다고 봤다. 직방, 다방이 각 부동산이 매물을 홍보할 수 있게 해주는 광고 플랫폼이라면, 우리는 직접 부동산을 운영한다. 집주인에게 확인한 정확한 정보만을 취급하고, 계약도 고객을 만나 직접하고 있다.

알스퀘어 등도 유사한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지 않나.

맞다. 알스퀘어는 우리와 모델이 같은데 상가 전문이다. 부동산다이어트는 아파트 쪽에 특화되어 있다.

상가, 아파트에 비해 원룸 중개 수수료는 적은 편이다. 그마저도 세입자에게 받지 않으면 수익이 반으로 뚝 떨어질텐데.

집토스는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버는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몇 가지 단기 이익을 포기했다. 예를 들어 집토스에는 정보란에 매물의 주소까지 올라간다. 주소를 공개하면 다른 부동산에 뺏길 위험이 있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가 먼저라고 봤다. 또 각 건물에 실제로 살아봤던 세입자의 후기가 공유된다. 아무리 집을 몇 번 가봐도, 살아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물에 대한 1,700개가량의 솔직한 후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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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스에서는 약 1,700개의 실제 거주자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인가.

그렇다. 근데 이건 우리 수익을 낮춘다기 보다는, 불필요한 부분에서 절약한 비용을 다시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기존 부동산들은 광고비를 1인당 평균 1백만 원 가까이 낸다. 중개 사무소에 5명이 있으면, 월 4~5백만 원씩 광고 플랫폼에 내는 거다. 그러면 자신들이 쓴 비용이 있으니, 최대한 수수료를 많이 받으려고 하지 않겠나. 우리는 자체 부동산을 운영하면서 쓸데없는 광고비를 지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용이 절약된다.

세입자 입장에서 집토스는 아주 좋은 플랫폼이다. 하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도 좋은 서비스일까?

지금 당장은 별로일거다. 따로 혜택 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매물 정보도 과장 없이 그대로만 올리니까. 하지만 노후 자금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다 몰리기 시작하면서, 원룸 시장은 근본적으로 임차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집이 넘쳐나기 때문에, 결국 이 시장에서는 임차인을 잡는 게 핵심이다. 임대인은 어느 부동산에서든 계약만 빠르게 되면 그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많은 임차인을 유치하게 되면, 결국 임대인들도 집토스를 찾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존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의 견제 움직임은 없었나.

많았다. 한 광고 플랫폼은 우리 가입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우리도 부동산인데 왜 못 들어가냐고 했더니 ‘다른 고객사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기득권 부동산들이 우리를 몰아내려고 유명 플랫폼에 압력을 넣은 적도 있었다. 기사가 나갔을 때는 사무실에 찾아와 ‘공인중개사끼리 힘을 모아서 수수료를 올릴 생각을 해야지 이단아처럼 구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공유 자동차 등 서비스들이, 기존 업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은 사례가 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는 법률적 문제로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법률적 테두리 내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직접 취득해 정당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지역 밥그릇,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스타트업이란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는 가치를 고객이 선택할 수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큰 흐름은 결국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까지의 성장 수치는 어떻게 되나.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부터 매달 15% 이상씩 서장하고 있다. 유입의 70%가 바이럴로 인한 것이다. 현재 관악, 강남, 왕십리 세 곳에서 오프라인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매물 상담과 추천을 하고, 고객과 직접 만나 매물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매물은 약 1만 개 정도다. 네오플라이, 프라이머 등으로부터 약 7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지역적 확장이 필요하다. 직영점 체제로는 빠르게 확장하기가 힘든 것 아닌가.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세 개의 직영점 모두 2달 간격으로 오픈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다음 직영점은 동작구에 열 예정이다. 실제 가맹 문의를 한 현직 공인중개사들도 많다. 하지만 이 경우 매물 관리가 아직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직영만을 고집하고 있다.

경쟁사는 어디인가.

직방, 다방과 같은 부동산 광고 플랫폼이 우리와 공략하는 고객군이 같기 때문에 제일 큰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또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중개 서비스들이 우리 이후로 두 군데 정도 더 생겼다. 견제된다기보다는, 우리가 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안심이 든다. 실제 일부 중개업소들이 자발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서기도 하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측에서도 일부 계층에 한해 수수료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집토스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해달라.

단기적으로는 직영점을 빠르게 확대해서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세입자라면 반드시 한 번은 거쳐 가는 서비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집토스를 통해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집 구할 때 꼭 한 번은 이용하게 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빠르게 성장하겠다.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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