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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반기성의 날씨바라기] 변소나 하수구의 냄새가 심하면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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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시장님, 닭똥 냄새 해결해 주세요” 고등학교 시절이다. 학교 주위에 있던 양계장의 닭똥 냄새는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비가 오기 전날에는 냄새가 더욱 심했다. 밥도 먹기 싫었고 머리가 하루 종일 지끈 지끈거렸다. 결국 전교생이 플래카드를 앞에 들고 시청까지 시위를 벌였었다.

‘변소나 하수구의 냄새가 심하면 비가 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최근에야 재래식 변소가 점차 사라져 이런 냄새를 맡기가 쉽지는 않지만 주위에 하수구는 여전히 많다. 하수구 썩는 냄새가 유독 심하게 나는 날이 있다. 이런 냄새는 기압골이 들어오면서 비가 오려고 하는 날이면 더욱 심하다. 왜 그럴까?

고기압권 내에서는 날씨가 맑아 지상의 공기가 빨리 가열되고, 상층의 공기는 차기 때문에 공기는 위로 수직이동이 심하다. 따라서 냄새가 나더라도 사람들이 맡은 수 있는 고도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에 냄새가 나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기압골이 들어오면 기온이 상승하고 기압은 내려가며 습기가 증가한다.

이런 기상조건에서는 암모니아 등 휘발성 물질의 발생이 증가한다. 또 공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면으로 깔리면서 퍼진다. 따라서 사람들이 하수구나 변소의 악취를 맡을 수밖에 없다. 유난히 악취가 심해지는 날이면 “아! 비가 오겠구나” 하고 우산을 준비하길 바란다.

미국의 오클라호마주에서는 돼지 사육두수가 급증하면서 거름 냄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돼지농장주들은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기상학과에 ‘악취경보시스템’을 의뢰하였다. 악취경보시스템은 거름 냄새가 주민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습도, 바람, 토양 수분 등을 분석한다.

그런 다음 언제 돼지오물을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해준다. 악취가 심하게 날것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미리 ‘악취경보’를 발령해 준다. ‘악취경보가 발령되는 날에는 지역 TV 화면에 돼지 3마리가 뜨면서 “오늘은 빨래집게를 들고 나가세요”라는 코멘트가 나간다. 냄새가 심하니 코를 빨래집게로 집으라는 것이다. 기지가 넘치지 않는가?

‘혼자 몰래 마신 고량주 냄새를 조금 몰아내려/ 거실 창문 여니 바로 봄밤/ 하늘에 달무리 선연하고/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비릿한 비 냄새…’ 황동규 시인은 비에도 냄새가 있다고 했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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