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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디지털스토리] 韓 결핵 발생률 OECD 1위…최근 3년간 1천여명 고교생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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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 = '콜록콜록'

수험생인 A군(19)은 23일 수능에 대비해 도서관에 갔으나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옆자리 학생이 계속 기침을 했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 다른 학교 학생이 결핵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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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핵에 걸리는 10대가 늘어나면서 '결핵 공포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강원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 13명이 결핵에 걸린 사실이 알려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결핵 환자 가운데 고3 수험생은 없었지만 보건소에는 수능 시험 과정에서 감염을 우려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해마다 전국 고등학교 5곳 중 1곳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결핵의 실태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최근 3년 간 결핵 걸린 고교생 1천166명 달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결핵환자가 발생(중복발생 제외)했다고 보고한 고등학교는 총 1천93곳입니다. 전국의 전체 고교 2천300여곳의 절반 수준인 48%에 이릅니다. 이 기간 중복감염을 제외하고 결핵에 걸린 전체 고교생은 1천166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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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후진국 병으로 불렸던 결핵은 결핵균이 포함된 기침이나 재채기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이를 주위 사람들이 들이마시면서 감염되는 법정 전염병입니다. 주로 과로와 스트레스, 영양 불균형으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핵은 자칫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한 해 약 3천명이 결핵으로 인해 사망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체 생활, 결핵 감염성 높아…1명이 20명을 전염시키기도

10대 사이에서 결핵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단체 생활하는 학교에서 한 명의 결핵 환자만으로도 집단으로 균이 전염되기 쉬운 탓으로 추정됩니다. 또 교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 전염의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죠.

특히 전체 결핵의 80%는 폐결핵인데 기침·가래·미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환자들은 초기 증상을 감기라고 여겨 자신이 결핵에 걸렸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염력이 높은 결핵 환자 1명이 확진을 받기 전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평균 20명에게 결핵균을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침과 가래 등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결핵에 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합니다.

◇잠복결핵 감염자 중 10% 추후 결핵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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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친구의 잠복결핵이 전염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고등학생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게시물 외에도 지난 3월에는 한 누리꾼이 "고등학교 입학한 17세 학생인데요. 열이 나고 기침이 멈추지 않는데 설마 결핵인가요"라는 고민글을 올렸습니다.

잠복 결핵은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는 않지만, 나중에 결핵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잠복 결핵 감염자 중 5∼10%에서 추후 결핵이 발병합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4~7월 처음으로 시행된 전국 고1 학생 대상 잠복결핵 검진 결과 총 3천609명이 양성판정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국가검진으로 잠복 결핵이 확인되는 사람에게는 치료비를 전액 지원할 예정이죠.

◇잠복결핵 1~2가지 치료제 9개월정도 복용해야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7월 김해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결핵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같은 학교 학생 23명이 잠복 결핵에 걸린 것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한 학부모는 "잠복결핵 감염으로 판정난 아이들이 항결핵제를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결핵에 걸릴 확률이 10% 가량 되고 약으로 인한 간 수치 상승 등 부작용이 있다"며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걱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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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복결핵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은나 질병관리본부 결핵조사과 역학조사관은 "일단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 안에 있지만, 증상도 없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며 "잠복결핵 상태에서 치료제 중 1∼2가지 약제를 3∼9개월간 복용하면서 치료하면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을 90%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방적 화학요법' 중요…국민적 이해와 합의 필요

결핵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적 화학요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예방적 화학요법이란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결핵 위험군에서 잠복결핵 감염자를 찾아내 결핵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잠복결핵이 무엇인지, 또 왜 치료가 필요한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잠복결핵을 치료하려면 한두 가지 항결핵제를 길게는 9개월 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적 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시각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결핵 안심 국가 실행계획'을 확정, 결핵 환자를 발견·치료하는 수준을 넘어 잠복결핵 단계에서 먼저 찾아 예방·치료함으로써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10만 명당 12명 이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정예은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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