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이번 지진으로 원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원전 밀집지역에서 예전에 없던 규모의 지진이 계속 일어나는데 주민들이 태평하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그런데 홍 대표는 이런 불안을 특정 세력이 퍼뜨린 괴담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원전들의 내진 규모가 7.0 수준이라면서 이의 안전을 의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경주 지진 후 원전 핵심시설의 내진 강도를 7.0 수준으로 보강한 것이지 처음부터 이 수준의 내진 설계를 한 것과는 다르다. 보완적 조치로 위험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과장이자 사실 왜곡이다. 광우병 사태에 비교한 것도 부적절하다. 광우병은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지진과 원전 피해는 특단의 대책이 아니면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포항 지진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단층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민들의 합리적인 의견과 당연한 불안감을 근거 없는 일인 양 호도하는 것은 홍 대표 자신이다. 류 최고위원의 말은 막말을 넘어선 주술(呪術) 수준이다. 최소한의 과학적 사고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런 사람이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경쟁이 심한 정치판이라 해도 상대방을 비판할 때는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거대 야당의 최고지도부가 인간의 힘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천재지변까지 정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당 이익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지금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한국당 지도부다. 이러고도 시민의 지지를 바란다면 제1야당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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