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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한국당, 천재지변까지 정략에 이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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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항 지진이 난 뒤 또 원전 괴담이 도는데 참으로 못된 사람들의 생각”이라며 “좌파들이 그런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대부분이 규모 7.0 이상의 강진에 견딜 수 있게 돼 있는 등 원전 안전도가 세계 1위인데 (탈원전을 주장하는) 좌파들이 거짓말로 원전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우병 사태 때와 비슷하다는 말도 했다. 류여해 최고위원은 같은 회의에서 “이번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 천심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천재지변을 정부에 대한 경고로 해석한 비과학적 사고에 황당할 따름이다.

시민들이 이번 지진으로 원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원전 밀집지역에서 예전에 없던 규모의 지진이 계속 일어나는데 주민들이 태평하다면 그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그런데 홍 대표는 이런 불안을 특정 세력이 퍼뜨린 괴담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원전들의 내진 규모가 7.0 수준이라면서 이의 안전을 의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경주 지진 후 원전 핵심시설의 내진 강도를 7.0 수준으로 보강한 것이지 처음부터 이 수준의 내진 설계를 한 것과는 다르다. 보완적 조치로 위험을 완전히 해소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과장이자 사실 왜곡이다. 광우병 사태에 비교한 것도 부적절하다. 광우병은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지진과 원전 피해는 특단의 대책이 아니면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포항 지진은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은 단층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시민들의 합리적인 의견과 당연한 불안감을 근거 없는 일인 양 호도하는 것은 홍 대표 자신이다. 류 최고위원의 말은 막말을 넘어선 주술(呪術) 수준이다. 최소한의 과학적 사고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발언이다. 이런 사람이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리 경쟁이 심한 정치판이라 해도 상대방을 비판할 때는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거대 야당의 최고지도부가 인간의 힘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천재지변까지 정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당 이익만 앞세우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지금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한국당 지도부다. 이러고도 시민의 지지를 바란다면 제1야당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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