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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한도·만기 없는 협정… 금융 안전판 확보·신인도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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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加 통화스와프 체결 / 캐나다달러, 세계 6대 기축통화 / 5대 기축통화국과 무기한 협정 / 한국 금융안정 간접효과도 기대 / “한·미 이후 가장 의미있는 협정”

우리나라와 캐나다가 한도와 만기가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세계 6대 기축통화국 중 하나인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금융위기에 대비한 안전판을 강화하게 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정은 서명 즉시 발효됐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양자·다자 통화스와프로 확보하고 있는 외환 규모는 1168억달러이며, 만기 연장 협상이 진행 중인 아랍에미리트(UAE) 것을 포함하면 1222억달러가 된다.

이번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는 사전에 최고한도와 만기를 설정하지 않은 ‘상설계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이 이 같은 형태의 양자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나라와의 통화스와프는 만기 때마다 연장 협상을 벌여야 했고, 미국이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처럼 정치·외교 등 경제 외적 이슈로 연장에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 통화스와프 목적은 ‘금융안정을 위해서’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양국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금 규모와 만기를 협의해 자금 공급규모를 정하기로 했다.

세계일보

이번 협정 체결로 한국은 외환위기 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안전장치를 확보하게 됐다. 이 총재는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이후 가장 의미 있는 통화스와프”라며 “금융불안에 대비해 안전망을 확실히 챙겼다”고 높이 평가했다.

캐나다달러는 미국 달러, 유로존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 스위스 스위스프랑과 함께 6대 기축통화(국제 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로 인정받는다. 전 세계 외화보유액 가운데 5번째(1.9%)로 규모가 크고, 세계 외환거래의 5.1%(6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캐나다는 나머지 5개 기축통화국과 한도를 정하지 않은 무기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어 우리도 간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민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더라도 미국 달러화가 다른 5개 기축통화국의 통화를 뒷받침하기에 통화가치가 항상 안정된다”며 “우리는 캐나다달러라는 안정된 통화를 가져다 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가 한국을 대등한 경제·금융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캐나다가 5개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은은 통화스와프 체결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재는 “캐나다가 한국 경제가 중요하고 건전하다는 점, 한국과 금융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준 셈”이라며 “이번 협정으로 캐나다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으므로 투자 증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국제통화인 캐나다달러와 통화스와프를 상시화한 것은 우리나라 외화유동성 확보에 긍정적 신호이며, 다른 국제통화와도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미국, 일본 등과 상시화는 아니더라도 큰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도록 추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내린 달러당 1101.4원으로 마감했다. 연중 최저점이자 2016년 9월30일(달러당 1101.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00원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우리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증시 활황, 중국과 관계 개선 등 요인이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악재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인상 및 세제개편 등 달러 강세 요인이 남아 있어 연말까지는 달러당 1100원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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