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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3>기업가들은 정말 위험을 감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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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OECD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은 41.0%에 불과하다. 실리콘밸리의 모바일 분야 스타트업 기업 역시 창업 성공률은 1%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모범적인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이스라엘의 창업성공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IVC)연구센터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이스라엘에서 창업한 1만 여개의 스타트업 기업 중 불과 4%만 생존했다.

사람들은 창업 성공률이 미비함에도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험을 감내하려는 성향이 높다고 여긴다.

창업자의 마인드 셋을 설명하는 '기업가정신'에서도 학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업가가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도모하는 의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기업가의 도전정신 및 혁신성과 함께 위험감수 성향을 기업가정신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창업가가 일반인과 달리 기꺼이 위험을 감내할 것이라는 생각은 가장 큰 편견 중 하나다.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창업가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창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사업화하고 싶었을 뿐이지, 위험을 즐기기 위해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기업가정신에서 말하는 창업가의 위험감수 성향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기업가정신에서 지칭하는 위험이 'danger'가 아니라 'risk' 라는 사실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영어 단어 중 '위험'을 뜻하는 단어는 크게 'danger'와 'risk'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두 단어를 '위험'이라고 동일하게 해석하지만, 사실 이 두 단어가 지칭하는 위험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danger는 예상하기 어렵고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지칭한다. 이에 반해 risk는 예상가능하고 측정, 통제 가능한 위험을 의미한다. danger는 통제하기 어려워 손실이나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risk는 무조건 손실 내지 손해만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보다 긍정적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가는 자신이 직면한 위험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회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기업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에 직면한다. 우수한 기술이나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해 좌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병행해야 할 내용 중 하나가 위험관리 전략이다. 창업 이후 전개될 수 있는 여러 위험 상황을 분야별로 확인하고, 각각의 위험을 어떤 방식으로 회피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어야 한다. 재무적 위험, 기술적 위험, 마케팅 판매 과정에서 유발되는 위험의 세부 내용이 다르듯이 이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수명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2007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수명이 1955년에는 45년,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 2005년에는 15년으로 줄었다. 예일대학교가 2012년 수행한 연구에서도 S&P 500지수에 등재된 미국 선도기업의 평균 수명은 1920년 67년에서 최근 평균 15년으로 감소했다. 100년 동안 50년 이상 줄어든 것이다.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발표 자료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27.3년이며, 중소제조업체의 평균 수명은 12.3년이다. 100대 기업의 40년 생존율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기업의 수명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기업 환경이 그만큼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창업자가 가져야 할 핵심역량이 상황 대처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이라는 사실 또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사업 수행 과정에서 불거질 문제점을 확인해 보는 것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기술만 보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스릴과 스피드를 만끽하기 위해 일부러 위험을 자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매니아도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안전장비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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