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2>창업에 적합한 나이는 몇 살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창업에 가장 적합한 나이는 몇 살일까? 열정 넘치고 혈기 왕성한 청년 시절일까? 아니면 일정 기간 사회 경험을 쌓아 세상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중년 시절일까?

관련 통계 결과를 보면, '2016년 한국 스타트업백서'에는 서울에서 창업한 창업가의 평균 연령이 35.8세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영국 런던(32.6세), 이스라엘 텔아비브(33.6세)보다는 높은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36.2세), 싱가포르(35세)와 유사한 수치이다. 소상공인 사업 1만 490개를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청의 조사에서는 소상공인 창업주의 평균 연령은 50.6세로 집계되었다. 이 두 조사결과만 비교해도 알 수 있듯이 창업자의 평균 연령은 조사 대상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성공한 창업가들의 전례를 보더라도 창업에 적합한 나이에 대한 답을 쉽게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한 때는 19살이었고,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MS와 애플을 20대에 설립했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30살에 아마존을 설립했고, 마이클 블룸버그가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블룸버그를 창업한 시점은 40살에 다다라서다. 장년층 창업 성공 사례도 만만치 않다. 고든 보우커가 두 명의 학교 교사와 스타벅스를 처음 창업했을 때의 나이는 51세였으며, 고(故)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감행한 것은 73세였다.

이상의 사례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창업에 적합한 나이란 따로 없다. 나이는 단지 창업자의 상황에만 영향을 줄 뿐이다. 예를 들어 장년층 창업자의 경우, 창업 전 다양한 사회 경험이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수 있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얘기치 않은 다양한 난관에 봉착할 때가 많고,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때 중장년층이 보유한 다양한 사회 경험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기관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으로 발현되어 창업 성공확률을 높여 준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역시 장년층 창업자가 보유한 중요한 자산이다. 회사 경영 과정에서 불거진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경영은 R&D, 제품화, 판매, 영업, 재무, 인사관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다양하며,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요구한다. 장년층 창업가의 경우에는 외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청년층 창업가들의 경우, 창업 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외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보다 엄밀히 말해 아무리 최고의 구성원들과 창업했다 하더라도 항상 회사 밖에 우수한 인재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 인재들을 적극 활용하는 역량은 모든 창업자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역량 중 하나이다. 친구가 다양한 기업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가들보다 혁신성이 3배 정도 높다는 듀크대 마틴 루프(Martin Ruef) 교수의 연구 결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창업 전 사회생활을 오래한 것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선행 연구 결과들은 창업 전 일정 기간 동안의 업무 경력은 신생기업의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업무 경력이 일정 기간을 넘어설 경우 오히려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창업과 나이와의 관계는 혁신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요인이다. 창업을 떠나 생물학적 나이가 들수록 도전정신과 혁신성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특정 나이 이상이 되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습성은 더욱 강해지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줄어든다. 또한 중장년층 창업가의 경우 청년층 창업가와 달리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요인들은 장년층 창업가로 하여금 청년층 창업가에 비해 창업 과정에서 높은 혁신성이나 도전정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창업을 결정한 시점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특정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면, 자신의 나이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과 특성을 고려하여 최적화된 창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무조건 추종하면서 맞지도 않은 옷을 입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전자신문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