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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World & Now] 꾸준히 월가 노크하는 한국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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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 금융의 수도' 뉴욕 월가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은 어떤 성과를 내고 있을까.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금융사들의 존재감은 미미한 게 현실이다. 하기야 한때 기세등등했던 일본 금융기관들도 월가에 속속 진출했다가 쓴맛을 보고 물러섰다. 일본 대형 증권사 노무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서막을 알린 리먼브러더스의 유럽·아시아법인을 인수했다가 지난해 대규모 감원에 돌입하기도 했다.

월가의 벽은 여전히 높고 비미국계가 존재감을 키울 묘수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 본토에서 선진금융기법을 수혈해 금융영토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품었던 한국 금융사들은 미 금융당국의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규제에 쩔쩔매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미국의 텃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월가를 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한국 금융기관들의 노력은 그런 점에서 반갑기만 하다. 한국 금융사 최초로 미국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를 개시한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신한은행과 1억달러 상당의 채권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위한 일중 당좌대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다른 한국계 은행들과의 계약도 타진하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이 미국에서 이런 금융거래를 추진하는 건 처음이다. 시작은 미미해도 경험과 인력이 축적되면 더 큰 과제에 도전할 발판이 될 수 있다.

한국 교민과 교포기업들을 주로 상대해 온 우리아메리카은행은 중국계 미국인들을 공략하기 위한 '중국인 전용점포' 개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계의 왕래가 많은 뉴욕 플러싱에 전용점포를 열기 위해 지점장부터 모든 창구직원까지 중국계 인력으로 배치하고 점포 인테리어도 중국인 취향에 맞출 방침이다. 한국계에 국한된 좁은 영업 울타리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월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계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힘을 내게 한다. 존 김 뉴욕라이프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조지프 배 KKR 공동대표, 이규성 칼라일그룹 부CIO, 마이클 채 블랙스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고위직에 올랐고 많은 우수인력들이 월가 금융기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이들과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인재 교류에 나선다면 한국 금융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을 확보하는 셈이다. 매일경제가 매년 10월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 금융리더포럼'을 개최하는 것도 한국 금융의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월가에서 만난 한인 금융권 인사는 "한국인들은 월가를 놀라게 할 잠재력과 우수 DNA를 갖고 있다. 비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

[황인혁 뉴욕 특파원 ihhw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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