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이슈추적] ‘헌재소장 6년’ 막았던 민주당 … 야당 된 한국당 반대에 난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한철 소장 후보 임기 논란 이후

2014년 여당 새누리가 법 개정 추진

야당이던 민주당이 법 통과 저지

정권 바뀐 20대 국회선 입장 정반대

여 의원 “개헌으로 할 문제”주장도

헌법재판소장 임기 규정을 정하는 문제를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청와대가 국회에 ‘헌재소장 임기에 대한 입법 미비’를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자신들이 야당 시절 같은 요구를 뿌리쳤던 전력 때문이다. 당시엔 “안 된다”고 했다가 이제 와 “해 달라”고 매달리는 처지가 됐다.

논란은 19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3월 박한철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지명되면서다. 다음달인 4월 인사청문회에서 야당(현 민주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에게 “새로 6년의 임기를 시작하는가, 아니면 남은 동안만 소장을 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고 박 후보자는 “(2011년 1월 임명됐으니) 남은 4년만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 소장은 취임 이후 “헌재의 안정을 위해 4년이라고 얘기했지만 이게 전례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해 6월 헌재가 “헌재소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명 시점부터 6년”이란 개정 의견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듬해 11월 여당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김진태 의원이 헌재소장 임기를 다룬 개정안도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당시 법안소위에서 전해철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국회에서 (각 3인을) 추천하게 돼 있는데 헌재소장 지명 시 6년 임기를 다시 시작하면 국회나 대법원 추천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이나 국회가 추천한 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해 임기가 6년이 되면 늘어난 기간만큼 대법원장이나 국회가 재판관을 추천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논리다.

이에 더해 헌법에 헌재소장의 임기가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당시 강남일 법사위 전문위원은 “현행 헌법하에서 소장 임기만 별도로 명문화할 경우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의 법체계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민주당의 반대엔 2006년의 ‘전효숙 트라우마’도 작용한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6년 임기의 소장을 만들기 위해 전효숙 재판관을 사퇴시킨 뒤 소장으로 지명했으나 ‘꼼수 논란’이 일었다.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지명해야 하는데 전 후보자는 사퇴로 인해 이미 재판관이 아닌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거세게 반대하면서 전 후보자는 소장 지명 104일 만에 후보에서 사퇴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효숙 후보자가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이었다면 한나라당이 반대했겠느냐”고 했다.

이런 연유로 청와대의 ‘헌재소장 임기 6년’ 입법 요구를 받아든 민주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처지다. 이춘석 의원이 지난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김진태 의원은 “(2014년) 야당이던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무산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입법 미비를 이유로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지속하겠다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한다. 여당 관계자는 “과거 행적이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민주당에서조차 헌재소장 임기는 개헌사항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법사위 법안소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이 규정은 헌법 결단적인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한다. 법률로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대했다. 소위는 결국 ‘소장의 임기 규정은 개헌특위에서 꼭 논의해 반영해야 한다(오신환 바른정당 의원 주장)’는 의견을 남기고 논의를 보류했다.

야당에선,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헌재소장을 지명하지 않은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1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개헌할 문제인지 입법할 문제인지 논란이 있다”며 “그런데도 법 개정 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새로 지명한 유남석 헌법재판관을 포함해 9인 완전체를 이룬 뒤 이들 중 헌재소장 후보자를 머지않아 지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