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사설] 탈원전 정책, 공론화위 설문 결과만으로 밀어붙일 사안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 입장 발표에서 조속한 공사 재개를 약속하면서도 "탈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노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탈원전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의결과 함께 원전 안전기준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20일 공개된 공론화위 권고안에는 시민참여단의 53.2%가 원전 축소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돼 있는데 문 대통령은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이 내용을 탈원전 정당화의 근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공론화위 권고안에 있다고 해서 탈원전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공론화위 활동 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국한한 것이며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별개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공론화위가 원전 축소 설문 결과를 권고안에 담은 것에 대해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민참여단이 숙의 과정에서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집중됐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설문에 원전 축소와 확대, 유지를 묻는 조항을 넣은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공론화위 권고안을 탈원전 정책의 합리화에 이용하려 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지는 꼴이 된다.

정부는 처음에 밝힌 대로 탈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공론화위 권고안과는 별개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권고안의 핵심은 시민참여단이 숙의를 거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합리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압도적인 차이로 공사 재개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번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탈원전은 한두 번의 조사나 편향된 이념으로는 결정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전력수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정확한 수요예측과 효율성, 경제성을 따져 결정하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