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여야 정권교체 이후 이뤄지는 국정감사이다 보니 어느 정도 정치 공방전은 예견된 일이다. 그렇다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3대 기조 중 하나로 적폐청산을 내걸고 나섰으니 협치는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세월호 보고 조작과 국정교과서 파동 등 과거 정부의 일들을 제기할 때마다 여야 간에는 불꽃이 튀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아예 문재인정부의 인사 실패 등을 '신적폐'로 규정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 수수의혹 재조사까지 요구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 국감 파행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묻지마 증인 신청과 한탕주의 폭로 등 구태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국감에 대한 자체 중간평가에서 '내실 있는 국감을 주도하고 있다'거나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서로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황당한 노릇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올해 국정감사는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발 통상 압력과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경제적 위협과 손실도 시시각각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안보·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협치 정신을 보여줘야 할 때이지만 앞으로 남은 국감에서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감 후반부에도 방송장악 의혹, 탈원전 정책 등 '적폐청산' 구도 속에서 난타전을 벌일 만한 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진영논리에 따라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고 앞으로는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여야의 구태를 바꾸려면 국민이 더 매서운 비판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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