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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드론이 소포 배달…스마트해진 산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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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권영수(왼쪽에서 여섯째)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20일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1리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드론 시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마을 1호' 조성식을 겸해 열린 이날 행사에는 최주식(왼쪽에서 첫째) LG유플러스 부사장과 최봉걸(왼쪽에서 다섯째) 영월군 부군수, 안충선(왼쪽에서 일곱째) 이장 등이 참석했다. /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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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만 소포를 배달해주는 줄 알았는데, 드론도 물건을 갖다주네요."

지난 20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1리 김순자(75) 할머니 집 앞 마당에 드론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마을 어귀에서 출발한 드론이 산골 마을 안쪽에 혼자 사는 할머니 집까지 1.8㎞를 8분 만에 날아가 배송에 성공하자, 주민들 입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드론 아래 붙은 물품 상자에서 겨우내 입을 방한복과 화장품 세트를 꺼내 든 할머니는 "하늘에서 선물이 뚝 떨어지니 눈으로 보고도 못 믿겠다"고 했다.

시골 마을이 변신하고 있다. 드론이 하늘을 날고, 집집마다 LTE(4세대 이동통신)기반 방송 시스템이 깔리고 있다. 값비싼 약용 작물을 기르는 경작지에는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한 첨단 방재 시스템이 깔려 외부 침입을 막아준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운학1리 마을회관에서 'ICT융복합 시범마을 1호' 조성식을 갖고 사물인터넷(IoT)과 드론, 각종 센서 기반의 재해 감지 시스템 등 농촌 맞춤형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LG유플러스가 NH농협과 공동 추진하는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날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은 명예 이장에 위촉됐다. 때마침 열린 마을 축제 자리에 패딩 조끼에 운동화 차림으로 함께 참석한 권 부회장은 "앞으로 ICT 융복합 기술이 행복한 농촌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명예 이장으로서 진정성 있는 활동과 후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명예 주민으로 함께 위촉된 LG유플러스 직원 30여명은 마을 주민들에게 스마트폰 이용법을 알려주느라 바빴다.

◇드론 날고, LTE로 방송하는 시골마을

LG유플러스는 이날 국내 최초로 LTE드론 클라우드 관제시스템을 선보였다. 마을회관 2층에 마련된 임시 관제소에선 대형 모니터에 띄워진 지도 위에 드론의 비행 경로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드론이 별도 조종자 없이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이동통신망으로 GPS(위성항법장치) 신호를 주고받으며 비행에 성공한 것이었다. 최주식 부사장은 "드론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비(非)가시 지역에 들어가도 정확한 배송을 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LTE 드론이 본격 상용화되면 물품 배송이나 긴급 구난, 미리 설정된 지역에 대한 농약 살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90여 가구인 마을에는 집집마다 LTE 방송 시스템이 깔려 '012'로 시작되는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면 각 가정에 배치된 무선 스피커를 통해 방송을 내보낼 수 있다. 안충선 이장은 "해발 300m에 있는 산간 지역이라 집들이 흩어져 있어 마을 방송이 힘들었는데 집집마다 무선 스피커가 보급돼 주민 공지 내용을 쉽게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 한가운데 오토캠핑장 예정지에서 열린 마을 축제에선 박선규 영월군수가 출장지인 미국 뉴욕에서 이 방송시스템을 통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ICT 기반으로 변신하는 농촌

운학1리는 157명의 전체 주민 중 70%가 귀농 인구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아동 청소년 비율이 높은 마을이다. 하지만 대도시와 달리 학교 외 다른 교육시설이 없어 방과 후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청소년들이 마을회관에서 IPTV를 통해 각종 놀이·학습 콘텐츠를 볼수있는 U+아이들나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고려대학교와 결연을 맺고 농촌 학생들에게 원격 과외도 제공할 예정이다. 추운 겨울이면 학생들이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스쿨버스를 기다리지 않도록 버스에 GPS수신기와 통신장치를 달아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차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IoT 관제시스템 같은 첨단 ICT 기술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태풍·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센서 기반 자연재해 감지망이 깔리고, 멧돼지 같은 유해 동물의 접근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방재장치, 영상분석 CCTV를 통해 농작물 도난을 감시하고 파출소로 영상을 전송하는 시스템도 깔릴 예정이다.

LG유플러스와 NH농협은 운학 1리 1호 시범마을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국에 총 6개의 마을을 ICT 융복합 스마트 농촌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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