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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신고리 5·6호기 살린 3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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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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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발표라 비중 있는 사람이 나올지 기대하셨을지 모르지만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한수원 직원이 말씀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발표자로 나섰습니다."

지난 15일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가 열린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연수원. 신고리 5·6호기 운명이 달린 4차 조사를 한 시간 앞두고 장현승 한국수력원자력 체코원전수출담당 팀장이 연단에 올랐다. 마무리 토의 직전 건설 재개 측 마지막 발표였다. 이미 건설 중단 측 발표자인 조현철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가톨릭 신부)가 발표를 마친 뒤였다. 시민참여단 471명의 이목이 장 팀장에게 쏠렸다.

장 팀장은 스스로를 그동안 발표자로 나왔던 교수·연구원들과 다른 '평범한 4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 원전의 우수성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금 때마침 체코 원전 특사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우리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면 영국·체코와 같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겠느냐"고 강연을 이어 갔다. 시민참여단 A씨는 "원전의 위험성과 탈원전 당위성을 강조한 건설 중단 측과 달리 일반인 관점에서 접근한 발표가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당수의 시민참여단을 움직였다"며 "이어진 마무리 토론에서도 장 팀장의 발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시민참여단 비중은 종합토론회 직전(3차 조사)까지만 해도 24.6%에 달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진행된 이후 판단 유보층은 3.3%로 줄었다. 이 유보층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 재개로 결정을 내렸다.

사실 장 팀장이 처음부터 마지막 세션 강연자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최종 조사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순서인 만큼 재개 측에서는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연사로 내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공사 중단 측 단체에서 "이 사장이 공공기관의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자 이 사장의 발표가 무산됐다.

건설 재개 측에서는 긴급히 대안 마련에 나섰고 '발상의 전환'으로 원전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직원을 연단에 세우자고 결정했다. 서울에서 체코 원전 특사를 맞이하던 장 팀장은 13일 저녁에야 발표자로 정해졌다는 연락을 받았고 14일 오전 긴급히 천안으로 내려갔다.

10분간의 짧은 강연 후반부에서 장 팀장은 아랍에미리트의 한국형 원전 공사현장을 보여주면서 "사막의 열악한 환경에서 공사기간을 지키며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우리의 형제자매와 자녀들이 미래에 체코·영국 등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었던 다수 시민참여단에 따르면 일부 참여단은 장 팀장의 발표를 듣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한다.

건설 중단 측과 재개 측이 각각 4번의 발표와 3번의 질의응답을 했던 종합토론회는 사실상 논리와 비논리의 대결이었다.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는 "원전을 안 지으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대체하게 된다"며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없어져야 미세먼지·온실가스가 줄어든다고 건설 중단 측이 말하지만 가스발전소를 지어도 석탄 대비 절반의 미세먼지가 나오고 온실가스는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원전이 더 적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섰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불가피하게 같이 갈 수밖에 없다"며 "신고리 5·6호기는 원전과 LNG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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