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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단독] 비정규직 노조 만들자 일거수일투족 감시한 만도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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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조 생기자 마자 조합원 ‘성향분석’

계열사 ㈜만도서 직원 파견 노무관리

집회·현수막·발언 일일이 일지 관리

시정명령 이후 노조 집행부 대거 이탈

회사는 시정명령 이행 확답 없어



한겨레

금속노조 인천지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간접고용 철폐, 노조 할 권리 쟁취 간접고용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원청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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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노동자 100%를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사용해왔던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에 지난 2월12일 금속노조 산하 지회(인천지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됐다. 지회는 주 최장 8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 근절과 불법파견 해결을 주장했다. 지회는 회사를 고소했고, 지난달 22일 고용부는 노동자 325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시정명령 이후인 지난 16일 지회 집행부를 비롯한 조합원 253명이 집단 탈퇴 의사를 밝혀 300명 넘던 조합원이 63명으로 줄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만도헬라 내부문건을 보면, 회사는 노조설립 직후부터 노조의 집행부 성향을 파악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다. 지회 설립 다음날인 2월13일 만도헬라 인사팀 직원은 지회 간부 6명의 ‘성향분석’ 자료를 ㈜만도 노사협력팀 ㅎ부장에게 보냈다. 여기엔 지회 간부 개개인별로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선동하는 것으로 보임”, “불만이 많고 비협조적이며 ○○○와 친함” 등 사찰 내용이 적혀 있다. ㅎ부장은 노조설립 즈음 ㈜만도에서 만도헬라로 옮겨 일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월14일 ㈜만도 노사협력팀은 ‘노조 대응지침’ 문건을 만도헬라에 보낸다. 이후 만도헬라는 지회가 집회에서 외친 구호·피켓·현수막 내용이나 집회참석 현황, 언론 보도 등을 모두 파악해 일지를 작성했다.

지회는 한라홀딩스 차원에서 ‘노조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만도헬라지회 김동용 지회장 직무대행은 “전 지회장이 금속노조 탈퇴 의사를 밝히며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를 유지하면 회사가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하지만, 금속에서 탈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이라며 금속노조 탈퇴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만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2년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파업하자 회사가 직장폐쇄에 돌입했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한 뒤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이때 창조컨설팅의 개입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만도헬라도 부당노동행위 자문을 한 전력이 있는 노무법인과 지난해 12월부터 ‘사내하청 개선에 관한 프로젝트’ 계약을 맺기도 했다.

만도헬라는 금속노조를 탈퇴한 전 집행부와 김 지회장 직무대행을 지난 18일 각각 만나 ‘의견’을 들었다. 김 지회장 직무대행은 “회사 쪽에서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시정명령 불이행 뒤 소송 등 ‘다양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며 “회사는 하루속히 직접고용에 대한 명시적 의사를 밝혀야 하고, 임금·노동조건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노조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라홀딩스 관계자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만도 노사협력팀 직원이 만도헬라에서 근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만도와 만도헬라는 별도의 회사로 아무런 관계도 없고, 노무 대응을 대신 해준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직접고용 시정명령 이행과 관련해) 전 노조 집행부와 그런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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