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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靑 "헌재소장 지명은 劉 임명 후"…野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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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유남석 광주고등법원장(60)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한 것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대행 체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단 그동안 공석(空席)이던 헌재 재판관 한 자리를 채워 9인 체제를 완비하는 동시에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여론 추이를 살피며 헌재소장 임기 문제 해법을 도출해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유 후보자가 새 정부 들어 법조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우리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한 인사라는 점에서 차제에 헌재소장 지명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또다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발탁한 것을 두고 야권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향후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유 후보자 지명 직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 절차를 따져볼 때 유 후보자를 헌재 재판관으로 정식 임명할 때까지 최장 30일가량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공직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기간 내에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그래도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유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되면 헌재 재판관 9명 모두 새 헌재소장 후보자가 된다"면서 "헌재소장 지명 절차는 유 후보자 임명 절차가 완료된 뒤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최근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 논란을 돌파하기 위한 차원 아니냐는 시각엔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는 그동안 차분하게 준비한 절차대로 헌재 재판관 인선을 진행해온 것이고 최종 후보자가 오늘 결정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유 후보자 지명이 '공석인 헌재 재판관 1명을 후임 소장으로 임명하라'는 야권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헌재소장 지명은 별개의 문제"라고 답했다. 유 후보자는 9명의 헌재소장 후보자 중 1명일 뿐이라는 의미로, 향후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은 국회와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협의하면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헌재를 비롯해 법원 내부에서는 헌재소장 지명을 염두에 두고 유 후보자를 발탁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한 고위 법관은 "유 후보자 면면과 경력 등을 보면 당연히 소장을 전제로 한 인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유 후보자가 기존 재판관들의 잔여 임기, 기수, 출신 지역, 경력 등을 고려해도 소장이 유력하다는 의견이다. 우선 김이수 소장 권한대행 등 총 5명의 재판관이 내년 9월에 동시 퇴임한다. 김 권한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4명 중 한 명을 소장으로 지명할 경우 또다시 임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하면 2019년 4월까지 재직하는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있지만 이 둘은 박근혜 전 대통령 몫으로 지명된 인사들이다. 또 유 후보자는 전임자인 박한철 전 소장과 사법연수원 13기로 동기다. 기수와 나이 측면에서는 파격적 인사는 아니라는 평가다.

또 유 후보자가 새 정부 들어 법조계에서 주목받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문재인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 후보자는 1988년 6월 '사법파동' 당시 사법부 수뇌부 개편 촉구 성명을 주도한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고(故) 한기택 대전고법 부장판사,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은 "우리법연구회 주축 멤버였다는 점에서 현 정부와 코드도 맞는다"며 "영남 출신의 대법원장과 호남 출신 헌재소장을 통해 지역 균형도 맞출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소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번 인선을 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권은 일제히 "헌재소장의 공백을 메우지 않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만 지명한 것은 꼼수 인사"라고 비판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헌법재판소장이 아닌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면서 '9인 체제를 완성했다'고 국민을 기만·호도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의 동의 절차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헌법재판소장 장기 공석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우려를 외면한 대통령의 아집"이라며 헌재소장을 지명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문재인정부 들어 대법원장을 필두로 대법관을 비롯한 사법부 요직에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들이 잇달아 임명돼 편중 인사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지명 발표 후 "헌법재판관 지명 소식을 듣고 무엇보다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임명되면 기본권 보호와 헌법 수호를 위해 맡겨진 소임을 정성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 유남석 후보자는…

△1957년생 △전남 목포 △경기고 △서울대 법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대전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원장

[오수현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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