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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헌재소장 대행 체제’, 장고 거듭하는 文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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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미루는 이유는 역대 정권 마다 반복돼 온 헌재 소장 임기와 관련된 논란을 이번에는 정리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헌재 소장 임기와 관련된 입법 미비는 국회에서 해소해야 하는데, 신임 헌재 소장이 지명되면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헌법재판소 법에는 ‘헌재소장은 헌법 재판관 중 임명한다’, ‘헌법 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라는 규정만 있다. 헌재 재판관의 임기만 정해져 있고 소장의 임기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기존 헌재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할 경우 임기를 놓고 '6년 중 재판관으로 활동한 기간을 빼 잔여 임기’라는 주장과 ‘새로운 6년’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 소장으로 지명하면서 신임 헌재 소장의 임기를 묻는 기자 질문에 “그 부분이 명료하지가 않고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며 “국회가 이 부분도 입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 대통령이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논란이 일자 서면브리핑을 통해 “헌재소장 임기의 불확실성은 그간 계속 문제돼 왔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중 헌재 소장을 임명할 경우 다시 소장의 임기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국회에서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임명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재판관 8명 중에는 적임자가 없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김이수 권한대행을 비롯해 안창호, 이진성, 김창종, 강일원 재판관은 내년 9월에 임기가 끝난다. 헌재 소장 임기가 국회에서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기존 재판관을 소장으로 임명할 경우 박한철 전 헌재소장처럼 잔여 임기만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9월에 임기가 끝나는 네 명 중 한 명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할 경우 임기가 1년도 남지 않게 된다.

남은 재판관 3명 중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2019년 4월에 임기가 끝나고 이선애 재판관은 올해 3월 재판관에 임명돼 5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하지만 판사 출신인 이들 3명은 보수적인 성향이어서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 서, 조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이 재판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천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주장대로 새로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고 동시에 헌재소장을 지명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부담스럽다. 청와대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정치권에서 '핀셋 인사'를 요구하는건데,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일부 수를 택하라고 하는 건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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