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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韓) 세탁기 미(美) 산업피해 판정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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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대통령평통자문위원

충청일보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ㆍ대통령평통자문위원]한국 세탁기가 미 산업피해 만장일치 판정을 받았다. 삼성과 LG세탁기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한 세탁기 때문에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미 가전 산업체 '월풀'이 삼성과 LG를 겨냥해 제기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체한 조치) 청원을 심사한 결과 "양사 수출품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국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산 패널에 이은 두 번째 판정이다. 청문회를 거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결정하면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무역 기조를 일찌감치 천명했다. 국제무역협의회도 4명 전원 만장일치 판정을 했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시장에 판매한 총액 규모는 10억 달러(1조1천4백억 원)에 이른다. 만약 삼성과 LG의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연간 1조원의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세탁기 1위 업체인 '월풀'은 삼성과 LG의 세탁기 공세에 직면해있다. '월풀'이 청원한 세이프가드 적용 대상인 대형 가정용 세탁기 부문에서 삼성과 LG의 점유율은 각각 16%, 13%로 '월풀'(38%)를 추격하고 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19일 구제조치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내달 투표를 거쳐 구제조치 방법과 수준을 결정한다. 관세부과나 수입량제한 저율관세 할당(일정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일정물량에 관해서는 고율 관세를 적용) 등이 결정될 수 있다.

이상에 보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 가전제품이 미국시장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재협상으로 자동차 철강 등의 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한미 FTA(10조5항)을 보면 미국이 글로벌 세이프가드 조치에 앞서 한국산 제품은 별도로 심사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경우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덤핑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가 아니라도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삼성과 LG는 한국과 중국, 태국, 베트남,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월풀'은 양사가 반덤핑 회피를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라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했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달 7일 열린 공청회에서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도 미국의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월풀'의 피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미 의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 시 관련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어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미 연방 상하원 69명은 지난 8월 ITC에 보낸 서한에서 관세를 부하면 캘리포니아 주를 중심으로 내년에 태양광 일자리 8만8천 개가 사라질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태양광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2002년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등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이후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는 셈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한국 산업이 크게 위축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삼성ㆍLG 측은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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