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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헌재 재판관들 반발 … 김이수 대행 유지하려던 청와대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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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재판관들 대행 동의했다가

스스로 뒤집는 것 이해 어려워”

민주당 “소장 임기 입법부터 해결을”

야당 “대통령, 헌재 목소리 새겨야”

중앙일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서울시 재동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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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난감한 상황이 됐다. 16일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8명의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장을 조속히 임명해 달라”고 공식 요구하면서다. 청와대가 당혹스러운 이유는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이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근거를 흔드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 10일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며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권한대행직 수행에 동의했다”(박수현 대변인)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전원이 ‘권한대행 체제 지지’를 사실상 철회하고 ‘조속한 소장 임명’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헌재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해 법에 따라 권한대행 체제를 결정했는데, 이제 와서 스스로의 합의를 뒤집는 요구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할 말은 많지만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유나 배경이 뭐가 됐든지 권한대행 체제를 결정했던 근거가 흔들린 상황이 됐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대통령이 지적했던 입법 미비 사항을 당장 개선하지 못할 경우 신임 재판관을 뽑고 그분을 소장으로 동시에 지명하는 현실적 대안이 없지는 않지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 방안을 언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나오자 정치권은 입장이 갈렸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을 조속히 임명해 달라고 요청한 헌재 재판관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국회는 시급히 헌재소장 임기를 둘러싼 입법 미비 해결을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헌재의 태도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 ‘힘을 내요 김이수’가 포털 상위권에 오르는 일도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헌재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모든 사태의 책임이 청와대의 삼권분립 훼손과 사법권의 장악 의도에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 사태는 국회에 부결된 사람을 편법으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하고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끌고 가려 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며 “이제라도 대통령이 국민께 사과하고 제대로 된 후보를 추천해 헌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헌재를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했을 김 직무대행의 결단과 헌법재판관들의 깊은 고민과 우려를 존중한다”며 “문 대통령은 소장 대행 체제를 일정 기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는 아집이 헌재의 위상이나 삼권분립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헌재의 유례없는 반발은 대통령이 자초했다”며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고 궤변으로 사법 장악 의도를 노골화했던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1차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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