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서 '맨헌트' 신작 선보여
"하지원, 이렇게 액션 잘할 줄 몰라"
정통 액션 누아르로 다시 돌아와
'맨헌트' 오우삼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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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영화 '맨헌트' 포스터 |
“그렇죠. 제가 홍콩에서 영화를 찍을 당시, 1960~70년대 흑사회를 다룬 일본영화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카쿠라 켄은 제 영웅이었죠. 그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남자다운 아우라와 로맨틱한 모습은 ‘영웅본색’(1986)의 마크(주윤발)에 그대로 반영이 됐어요. 다카쿠라 켄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상심이 밀려오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추모와 헌정의 마음을 담아 그의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사 제안을 받고 나서 ‘내 바람이 이렇게 이뤄지는구나’ 기뻤죠.”
-다카쿠라 켄의 영화는 언제 처음 봤습니까.
“20대 때 봤는데, 당시 그의 새 영화가 1주일에 한 편씩 개봉할 정도로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에서 히트하지 않았던 작품이 중국에서 흥행해 일본에 재개봉하는 일도 있었어요. 중국인들은 지금도 그의 작품을 명작으로 대우합니다.”
-서사의 뼈대는 원작에서 가져왔지만, 감독님의 유산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특히 ‘첩혈쌍웅’(1989)이 생각났는데요. 용의자와 경찰의 우정, 그 안에 소소한 로맨스, 축제 장면과 보트 추격신 등이 그랬습니다. '영웅본색'도 떠올랐는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영웅본색’의 영어 제목인 ‘A Better Tomorrow’를 대사로 칠 때는 무릎을 쳤어요(웃음).
“이번 영화엔 내 스스로 과거의 작품을 회고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영화를 만들며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저의 ‘옛날 영화가 그립다. 다시 보고 싶다’는 얘길 자주 들었어요. 복잡한 현실에서 쫓기듯 살고 있는데, 제 옛날 영화를 보면 단순하고 무엇이 중요한 지 명확해진다고요. 제 영화가 다루는게 정의,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 같은 것이잖아요.”
영화 '맨헌트'에서 주인공을 맡은 후쿠야마 마사하루(왼쪽)와 장한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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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변함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비둘기가 더 유용한 일을 합니다(웃음).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죠. 비둘기가 시야를 가려 총알이 빗나가 주인공을 구하는 장면이 있고요. 또 주인공이 쓰러질 때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느라 바닥에 있는 돌을 피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이지만 지금까지 감독님의 영화에 비둘기가 몇 마리 나왔을까요?
“하하. 당연히 기억하기 힘들어요. ‘맨헌트’는 이틀 동안 찍었는데, 비둘기를 풀어놓으면 돌아오지 않기도 해서 정말 많은 비둘기가 필요했습니다. 나중엔 CG로 그려넣었어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감독님의 스타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민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어요. 좋은 영화는 시대나 연령에 상관없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의 과거 액션영화 속 여성들은 수동적이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는데 ‘맨헌트’의 여성들은 누구보다 주체적이고 강합니다. 액션도 잘하고요. 여자 킬러인 레인(하지원)과 던(안젤리스 우)의 우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여자 킬러는 원작에 없었는데 제가 추가했어요. 제 영화에 등장한 첫 여자 킬러입니다. ‘태평륜’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여성이란 존재가 지혜롭고 강인하다는 걸 훨씬 더 많이 느꼈거든요. (‘태평륜’에서 장쯔이와 송혜교는 전쟁의 고통을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가는 인물로 분했다) 레인과 던은 제 과거 영화에서 남자들이 맡던 캐릭터죠. 남자들의 운명적인 관계, 우정, 의리, 한 사람이 죽었을 때 복수를 하는 설정 등을 고스란히 여성 캐릭터에 옮겼어요.”
영화 '태평륜'의 송혜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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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지원씨를 만나면서 더 강화된 면이 있어요. 영화사의 추천으로 캐스팅했는데, 그가 액션을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본능적으로 몸에 율동감이 있고, 동시에 감성적인데 내면 연기도 잘하다보니 현장에서 추가한 장면이 많았습니다. 제 딸도 액션을 잘하는 편이지만 둘이 함께 할 때 훨씬 더 강인한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하지원씨가 연기하면 ‘주윤발이다’ 생각하고 찍었어요.”
영화 '맨헌트'에서 킬러로 분한 하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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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레인은 강호의 도를 아는 낭만적 인물인데, 두 추와 그 대사로 교감하게 되죠. 제가 사랑하는 고전 영화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어요. 나는 지금도 신작보다 옛날 영화를 더 많이 봅니다. ”
'맨헌트' 오우삼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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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뮤지컬이나 무용, 춤을 좋아했어요. 뮤지컬은 액션영화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잖아요. 저는 사람 사이의 진실한 감정을 액션을 통해 보다 더 힘있고 낭만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전세계 액션배우와 스턴트배우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들은 항상 도전하고 활력이 넘치며, 서로 베풀 줄 압니다. 액션영화를 계속 할 거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도 촬영하고 싶어요. 다음 작품은 유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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