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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음서제 폐해 여전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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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서방언론들에선 ‘차이니즈 프린슬링’(Chinese Princelingsㆍ중국의 어린왕자들)에 관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나왔다. 중국 전ㆍ현직 공산당 최고지도부나 고위관리 자제들의 과도한 이권 개입 때문이었다. 반부패 드라이브를 내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엔 다소 약화했다지만 여전히 음서제의 폐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역사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음서제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가장 뿌리깊은 나라가 중국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사회주의혁명을 통해 신중국이 건설된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혁명 1세대 자녀들을 일컫는 ‘태자당’이 중국 정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 최고지도부 중에선 시 주석과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이 태자당의 일원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胡海峰)은 지난 4월 저장(浙江)성 자싱(嘉興)시 시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중국의 공항ㆍ항구 등에 보안시스템을 독점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하며 거액을 축적했었다. 2012년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의 중국 초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립 과정에 개입하면서 논란이 됐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장남 장몐헝(江綿恒)은 상하이(上海)과기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생 청빈을 강조했던 마오쩌둥(毛澤東)의 외손녀 쿵둥메이(孔東梅)는 중국 4대 보험사 중 하나인 타이캉(泰康)생명보험 창업을 주도해 중국 200대 부호에 들었고, 그의 남편 천둥성(陳東昇) 타이캉생보 회장은 지난해 소더비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나 같이 대를 이어 승승장구하는 경우다. 지난해 ‘파나마 페이퍼’ 논란이나 미국으로 도피한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의 폭로로 전ㆍ현직 지도부의 친인척 다수가 부정한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근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시 주석 집권 후 지난 5년간 부정부패와 비리 혐의로 처벌받은 공산당원과 공직자가 무려 160만명에 달하고 이 중엔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安邦)보험그룹 전 회장, 허궈창(賀國强)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허진타오(賀錦濤) 등이 포함돼 있다. 후 전 주석의 사위, 원자바오(溫家寶)ㆍ리펑(李鵬) 전 총리의 자녀에 대해선 부패ㆍ비리 연루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마오쩌둥의 손자와 개국원수 주더(朱德) 전 부주석의 손자가 제19차 공산당대회 대표에서 제외되는 등 군부 내 태자당도 점차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상당수 고위층의 낙마에 대해선 정치적 탄압이란 비판이 많고 음서제의 폐단으로 거론될 만한 사례가 여전히 적지 않지만 시 주석이 추진한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가 중국 사회 전반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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