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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인구의 탐구생활] 넉살, 작은 것들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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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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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인도 소설가 아룬다티 로이가 쓴 '작은 것들의 신'은 카스트 제도에 억압받는 불가촉민과 남성 중심적 분위기에 억눌린 여성의 삶을 다룬 책이다. 그는 인도의 편협한 신앙과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작은 존재'들을 다뤘다.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6'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넉살(본명 이준영·30)은 지난해 2월 첫 정규앨범 '작은 것들의 신'을 발표했다. 이름 그대로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이다. 래퍼로 이름을 알리기 전인 20대 초반부터 기획했던 '작은 것들의 신'은 30대가 돼서야 빛을 보게 됐다.

'팔지 않아 내 영혼은 / 절대 싸구려로 팔지 않아…가장이든 아들이든 / 각자의 위치에서 / 압박을 받으며 자기 자신을 잊지.' 타이틀곡 '팔지 않아'는 돈보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수록곡들도 '팔지 않아'와 궤를 같이한다. '스킬 스킬 스킬'은 기술을 배워야 돈을 번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쓴 곡이고, '밥값'은 힘겹게 밥값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담은 노래다. '원 마이크'에서는 스눕독이 출연한 '쇼미더머니 시즌4'에서 마이크를 놓고 다툼을 벌인 래퍼들의 모습을 그렸고,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 래퍼의 꿈을 갖고 맞딱뜨려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넉살은 최근 래퍼들이 자주 사용하는 '돈 자랑'를 앞세우진 않는다. 머니 스웨그를 뿜어대기보다는 사회의 가장 어둡고 낮은 곳의 시선으로 현실을 노래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서사적인 짜임새로 완성도를 높여 듣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넉살 좋다'라는 말에서 착안해 래퍼 이름을 지은 넉살은 퓨처헤븐을 결성하고 지난 2009년 힙합신에 데뷔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솔로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6월 딥플로우가 이끄는 비스메이저 컴퍼니에 합류했다. 인디신에서만 인정받던 넉살은 딥플로우가 도움을 준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 실력파 래퍼로서 이름을 알렸다.

넉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건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는 가사와 힘 있는 라이브 실력이다. 특히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딥플로우는 넉살의 라이브 실력이 뛰어나 체구를 실제보다 크게 봤다고 할 정도로 넉살의 무대 위 존재감은 특별했다.

지난 2013년 '쇼미더머니 시즌2'에서 별다른 활약 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넉살은 올해 '쇼미더머니 시즌6'에 참가했다. 4년 전과는 위상과 기대가 달라져 출연 전부터 더블케이 등과 우승 후보로 꼽혔다.

3차 예선까지 가볍게 통과한 넉살은 싸이퍼 미션 1위로 다이나믹듀오팀에 합류했다. 음원 미션인 'N분의 1'과 팀배틀 돋보이는 실력을 보여준 뒤 조우찬과 본선 1차 무대에 진출해 '부르는 게 값이야'를 선보였다. 넉살은 18세 차이가 나는 조우찬을 살뜰히 챙기고, 한해와도 호흡을 맞췄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서로 합력하는 데 힘썼다.

넉살은 결승 무대에서 행주에게 공연비 5만원 차이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그는 소감을 묻는 말에 "져서 조금 짜증 난다"며 마지막까지 웃음을 전했다. 이름처럼 넉살 좋게 답한 것이다. 넉살은 '쇼미더머니 시즌6'를 통해 '준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보다 더 값진 경험을 했고, 앨범 이름이자 팬들이 붙여준 별명인 '작은 것들의 신'으로 향후 활동을 기대하게 했다.

in99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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