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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리뷰] '여직공', 양손프로젝트 미니멀리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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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양손프로젝트 '여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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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프로젝트 '여직공'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비움으로써 채운다. 23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공연하는 젊은 창작집단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여직공'이 빚어낸 마법이다.

미니멀리즘 미학 집단인 양손프로젝트는 '여직공'에서 자신들의 이론을 극대화한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화이트 박스 형태 공연장 안에서 김주희·손상규·양종욱·허지원 등 네 배우가 의지할 것은 각자 몸에 걸친 여직공 의상, 의자 하나밖에 없다.

천장에 매달린 네 개의 강렬한 주황빛 조명 만이 가마솥 같이 찌는 공장의 답답함, 시대의 암울함을 대변할 뿐이다. '여직공'은 2015년 초연 당시 실제 공장 건물인 '인디아트홀 공'에서 공연했다.

1931년 16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된 유진오의 소설이 원작이다. 일제 강점기 실을 만드드는 제사(製絲)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인 여직공 이야기를 각색했다.

원작은 노동쟁의 문제를 다룬다. 3년째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여직공 '옥순'이 주인공. 일본인 감독의 강요에 의해 쟁의를 모의하는 친구 '근주'의 동태를 보고하고, 감독에게 겁탈까지 당한다. 결국 이용가치가 없어진 그녀는 해고당한다. 감독이 준 금일봉(金一封)이라 믿었던 10원마저 공제된다.

양손프로젝트는 이번 작품에서 몸짓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요 축으로 활용한다.

옥순 역을 맡은 김주희는 안무가 겸 무용수다. 옥순은 괴롭거나 감정이 격한 상황에서 발레를 연상케 하는 춤을 추는데, 하얀 여백의 검은 잉크처럼 흰 공간에 맥락을 만들어낸다.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은 배우들의 음성이다. 네 사람은 공장 기계음, 전차 소리, 여직공들이 밥 먹는 소리 등을 육성으로 표현해낸다. 지난 7월 양손프로젝트 배우 양종욱·양조아는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한 워크숍 당시 육성과 몸짓의 실험을 선보였다.

이처럼 몸짓과 육성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한 원작의 맥락은 7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새로운 해석을 낳는다. 불합리한 구조의 삶에서 서늘한 비겁·억울함을 태생처럼 품고 살아야 하는 이의 감정이 압축적이고 현대적으로 재탄생하며 공감의 종을 울린다.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여혐이 난무하며 여전히 모든 호칭 앞에 '여'가 붙는 사회가 성찰해야 할 부분도 톺아본다.

감독이 옥순을 겁탈하는 장면을 관음증 시선을 걷어내고, 제사 기계에 비유한 부분은 연출 박지혜를 비롯해 멤버들이 합의를 도출해 극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품위를 보여준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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