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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승기] 이찬진이 사랑한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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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전기차 시대는 멀었다고 여긴다.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소는 부족하며, 결정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충전소와 경제성은 정책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주유소만큼 충전소 숫자를 늘려주면 될 일이고, 깨끗한 환경을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더 주면 된다. 주행거리 확보는 전적으로 기술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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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도 한 번 충전으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없진 않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다만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이 '긴 주행거리=높은효율'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차의 경우 효율을 떠나 연료탱크가 크면 한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난다. 테슬라는 배터리 용량을 키웠을 뿐이다. 역시 마케팅의 회사 답다.

엔진을 얹은 차가 연료 1ℓ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보통 연비(연료효율)이라고 부른다. 전기차는 전력량을 의미하는 ㎾h를 기준 단위로 사용한다. 전기 1㎾로 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높은 ㎾h 수치는 배터리 용량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테슬라의 모델 S 90D에는 90㎾h의 전기가 담긴다. 이를 가지고 378㎞를 달리니, 전기차 효율은 1㎾h당 4.2㎞다. 같은 계산으로 쉐보레 볼트 EV는 60㎾h 배터리로 383㎞를 주행한다. 효율은 1㎾h당 6.4㎞다. 주행거리도 길고, 효율도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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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 EV에 들어가는 고효율 배터리는 우리나라의 LG화학이 만든다. 용량을 키우기 위해 28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세 개씩 묶고, 이렇게 엮은 셀 모듈을 다시 열 개의 모듈로 구성했다. 용량을 위해 고안해 낸 이 방법은 효율까지 높였다.

볼트 EV는 여기에 두가지 재미있는 기능을 더했다. 스티어링 휠 뒤쪽의 스위치와 기어레버에서 볼 수 있은 'L'주행모드다. 먼저 스티어링 뒤쪽 스위치는 왼손에 위치한다. 리젠 온 디멘드라는 기능을 활성화하는 스위치인데, 누르면 차에 덜컥 제동이 걸린다. 차가 멈추는 힘으로 에너지를 모으는 것. 'L' 주행모드는 원 페달 드라이빙으로 부르는데, 가속페달 하나로 가속과 감속, 제동까지 이뤄낸다. 평소 브레이크를 잘 밟지 않는 연비 운전자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면 차도 멈춘다. 마치 범퍼카를 타는 기분이다.

디자인은 한국지엠 디자인센터가 주도했다. 애초에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볼륨감이 상당하다. 판타스틱 듀얼포트 그릴로 불리는 내연기관차의 라디에이터 그릴 부분은 완전히 닫혀있다. 공기역학을 위해서다. LED 주간주행등이나 HID 헤드램프 등은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무엇보다도 실내가 넓다는 건 볼트 EV의 최대 장점이다. 뒷좌석에 성인남자가 올라타도, 무릎은 닿지 않는다. 시트 아래로 끌어내린 배터리 덕분에 트렁크 공간도 넓은 편이다.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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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레디'라는 글자가 8인치 계기판에 뜬다. 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시동'이라는 표현이 적당치 않다. 운전자와 탑승자가 접하는 모든 디스플레이는 디지털화가 이뤄졌다. 스마트폰을 연상케 하는 색감이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에 힘을 줘 차를 움직였다. 전기차 다운 경쾌한 움직임이다. 204마력, 36.7kg∙m의 힘은 도로 위 누구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게다가 즉각적인 토크로 인해 가속력이 좋다보니 오히려 더 민첩하다. 재미있게도 스포츠 주행모드가 존재하는데, 스티어링의 반응이 약간 변한다. 키가 껑충한 볼트 EV의 경우 코너링 상황에서도 좌우쏠림이 적다. 차체 바닥에 들어간 배터리 덕분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7초 이내다. 작은 몸으로 얼마나 재빠른지, 이건 직접 타보지 않으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꼼꼼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마이 쉐보레'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배터리 충전상태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고, 주요기능도 확인이 가능하다. 앱으로 문을 여닫을 수도 있으며, 에어컨을 미리 켜는 것도 가능하다. 오디오는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보스 오디오시스템이다. 귀가 즐겁다. 아쉬운 건 내비게이션을 따로 지원하지 않는 부분이다. 으레 전기차들은 충전소 정보가 포함된 내비게이션을 채용하는데, 볼트 EV엔 보이지 않는다. 충전소가 필요없을 정도로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다해도, 있을게 없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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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미쉐린이 만들었다. 펑크가 나도 스스로 구멍을 떼운다. 그런데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유지비를 부담케 하는 요소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이찬진씨가 서울에서 업무용으로 쉐보레 볼트 EV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서울모터쇼 때는 쉐보레 무대에 올라 볼트 EV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이찬진씨는 쉐보레 볼트 EV를 정말 좋아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기자도 사랑에 빠질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올해는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지엠이 볼트 EV의 상품성에 의심을 품었던 탓일까? 지난해 겨우 1000대만 우리나라에 들여왔고, 판매 하루 만에 품절 사태를 맞았다. 이른바 품절차인 셈이다. 내년엔 수입 숫자를 조금 더 늘린다고 한다. 가격은 4779만원으로, 능동형 안전 시스템을 더할 경우 4884만원으로 오른다. 여기에 내년 정부 전기차 보조금 12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2000만원 중반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조선 박진우 기자 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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