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1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 총리는 이날 석면안전대책 안건에 대한 발언을 마친 뒤 “다음은 더 아픈 얘기입니다”라며 최근 논란이 된 장애아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이 총리는 지난 5일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추진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한 것을 언급하며 “이 한 장의 사진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부끄러움을 일깨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 엄마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과 고통을 겪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장애아가 조금 가깝게 다닐만한 학교를 지역사회가 수용하지 못해서 그 아이와 엄마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을 또 한 번 얹어 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우리 사회의 그 무엇이 그 아이와 엄마를 이 지경으로까지 몰아넣고 있습니까? 그 지역 나름의 특별한 경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뿐만의 일이 아닙니다. 장애아의 교육받을 권리보다 내 집값이나 내 아이의 주변을 더 중시하는 잘못된 이기심이 작동하지는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통계를 보면, 학교에 가는데 1시간 이상 걸리는 학생의 비율이 일반 초중고교는 3.2%이지만 특수 초중고교는 11.6%입니다. 장애아들이 더 먼 학교를 다녀야하는 세상은 거꾸로 된 세상입니다”라며 “신문들이 조사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특수학교가 들어 선 곳이나 그렇지 않은 곳이나 집 값 변동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합니다. 내 아이를 장애아로부터 멀리 떼어 놓는 것이 내 아이를 좋은 사회인으로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교육이론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내 아이가 장애아를 배려하며 함께 사는 경험을 갖는 것이 아이의 미래에 훨씬 더 좋다는 것이 세계 공통의 상식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사람 본연의 이타심에 호소하면서 이른바 ‘소록도 천사’로 알려진 두 간호사 이야기를 언급했다. “오스트리아의 젊은 간호사 두 분이 전남 고흥 소록도에까지 오셔서 40여 년 동안 맨손으로 한센인들의 몸에 약을 발라드리며 돌보셨던 얘기를 우리는 압니다”라며 “인간에 대한 여러 고찰의 결과를 보면, 인간에게는 이기심만이 아니라 이타심의 DNA도 잠재해 있다고 합니다. 약자를 배려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성향이 인간의 내면에 숨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총리는 국민에게 특수학교 설립을 도와달라고 재차 호소하는 한편, 정부에도 관련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교육부를 포함한 관계부처들은 주민들과 성심으로 소통하며 특수학교를 확충해 가기 바랍니다”라며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및 단체들은 장애인 고용을 늘려 주기 바랍니다. 더러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고 부담금으로 때우려 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훨씬 더 철저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랍니다. 특히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못하면 그 기관장을 엄정하게 제재하도록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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