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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분석] 결국 '백기'든 한유총…집단휴업 예고부터 철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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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재무감사 강화에 반발 / 지도부 투쟁위 중심 강경파들 / 새 이사장 선출… 휴업 강행 고수 / “참여 유치원 폐쇄·고강도 감사”…정부 초강수에 원장들 등 돌려 / 강경파 ‘휴업 중 외유’도 치명타

세계일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소속 전국 지회장들은 18일과 25∼29일 예정했던 휴업을 철회하고 정상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한유총 산하 15개 지회장(강원 제외)이 17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휴업 철회를 공식화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 교육부·한유총의 휴업 철회 합의 이후 한유총의 합의 번복(16일 0시), 교육부의 고강도 감사 예고(오후 2시30분), 한유총 투쟁위원회의 휴업 강행 기자회견(〃 4시), 한유총 지도부의 정상운영 보도자료(〃 8시30분) 등 그간의 번복과 대치, 혼란을 매듭짓는 기자회견이었다.

교육부와 한유총 지도부의 합의에서 이에 반발해 끝까지 휴업 강행을 고수한 강경파의 투항까지 지난 22시간 동안 한유총 내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17일 복수의 한유총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유총의 지난 1일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예고는 투쟁위원회 중심의 강경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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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강경파는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 반발해 정부를 향해 한유총의 결속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은 사학(유치원∼대학)들이 정부 지원에 걸맞은 재무회계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그간 ‘개인 재산’이라는 이유로 재무회계에서 상당한 재량권을 유지했던 사립유치원들이 관할 교육청의 회계감사를 거부하지 못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집단휴업에 반대하는 김모 한유총 이사장을 끌어내린 강경파는 지난 1일 최정혜 수석부이사장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대규모 집회와 공청회 저지, 집단휴업 등 강경 일변도의 투쟁위가 꾸려진 것도 이 시점이다. 그러나 갈수록 악화하는 국민 여론에 한유총 내부에서도 투쟁위 지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가 휴업하는 사립유치원에 정원·학급 감축과 원아 모집 정지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는 온건파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최 이사장 등은 청와대와 여당, 교육부와 물밑 협상을 벌여 유아학비 지원금 단가 인상과 감사 실시 전 사전교육·지도점검,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수립과정에 한유총 참가라는 양보안을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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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들께 심려 끼쳐 죄송”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전국 지회장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집단휴업(18일, 25∼29일) 철회 기자회견에서 “학부모님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한유총 강경파들은 정부와의 합의가 문서로 보장한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 없는 빈껍데기라며 지난 16일 0시 ‘합의 파기 및 휴업 강행’ 보도자료를 뿌렸다.

그러나 교육부가 16일 오후 유치원 폐쇄와 휴업기간 원비 환불조치, 휴업 참여 유치원 고강도 감사 등을 예고하자 대다수 유치원장이 강경파에 등을 돌렸다.

서울시교육청의 한유총 법인설립 허가 취소 움직임과 일부 강경파의 휴업 중 ‘외유’ 논란도 이번 철회 선언의 한 배경이라는 전언이다. 시교육청은 한유총이 2013년 유력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 3300여만원을 건넸고 새 지도부 출범 과정이 정관 등에 맞지 않다는 사실을 포착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 수석부위원장 등 강경파 8명이 나흘 일정의 ‘연수’ 명목으로 지난 16일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도 투쟁위에 치명타를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민섭·김주영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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