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국공립 유치원 더 만들어야" 되레 여론 기름부은 한유총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걸어다니는 지폐로 보나.” “이참에 영유아 보육은 모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전국의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 등을 요구하며 휴업을 선언했다 철회하고 수차례 번복하는 걸 지켜보며 속이 탔던 학부모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해서 휴업 엄포를 놨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는 ‘국·공립유치원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과 정부 방침에 힘을 싣는 기폭제가 됐다.

유치원 휴업이 예고된 뒤 지난 주말 내내 학부모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들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 학부모는 “16일 밤 10시에 휴업 철회한다고 유치원장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더니 17일 구구절절 다시 카톡 와서 휴업한다고 한다”며 “아이들을 볼모로 뭐하는 것이냐, 정부가 지원해주면 안 된다”고 썼다. 특히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은 휴업-철회-번복-철회가 이어지는 동안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한 여성은 “직장맘들은 대안이 없어요. 국공립은 하늘의 별 따기라…. 알면서도 어쩔수 없으니 사립 보내는 거예요”라며 유치원들을 비판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당시 후보가 사립유치원장들 앞에서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을 자제하겠다”고 발언해 달아올랐던 ‘국·공립 유치원 확대’ 여론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전국적으로 유치원 원아들 중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지난해 기준 24.2%에 불과하다. 서울 17%, 부산 13.4% 등 대도시에서는 10%대에 그치고 있다. 정부 계획은 2022년까지 이를 4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2018~2022)’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 7월까지 4차례 현장세미나를 열었다. 전국 사립유치원들의 연합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이 세미나들도 ‘실력행사’로 무산시키고 교육당국 규탄대회로 만들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가의 보육 책임을 늘려야 한다’며 국·공립 확대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국·공립유치원 취원률을 2022년까지 40%로 높이는 등 유아교육 국가책임 강화를 확고히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육부 방침은 단계적으로 일정 비율까지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서로 다른 교육철학과 커리큘럼을 가진 사립유치원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립유치원들 사이에서도 무더기로 교육당국의 세미나들을 무산시키거나 집단휴업에 나서는 데 동조하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1200여개 유치원들이 소속돼 있는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의 경우 한유총이 주도한 휴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혔다. 전사연은 지난 14일 “원아들과 학부모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일부의 단체행동에 좌절감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사립유치원의 정의로운 역할과 방향을 계속 고민하고 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