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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엄마들이 이겼다 … 싸늘한 여론에 사립유치원 휴업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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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교육부 긴급회동서 봉합

청와대 홈피엔 휴업 반대 요구 봇물

관련단체 동조도 못 얻어 결국 백기

요구사항 수용 언급 없어 불씨 여전

중앙일보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왼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와 긴급 회동 뒤 오는 18일로예정된 집단 휴업 철회를 발표했다. 왼쪽 둘째부터 유은혜 민주당 의원, 박춘란 교육부 차관.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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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사립유치원들이 오는 18일로 예고한 집단휴업을 철회하기로 15일 결정했다. 또 25~29일 하겠다던 휴업도 하지 않기로 했다. 유치원이 휴업을 할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야 했던 학부모들이 걱정을 덜게 됐다. 그러나 국공립 유치원 신설 중단을 주장하던 사립유치원들의 입장을 어떻게 수용할지는 정부의 숙제로 남게 됐다.

이날 최정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휴업 철회에 합의했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들이 모인 단체다. 전국 사립유치원 4200곳 중 3500곳이 가입해 있다.

이날 교육부 박 차관은 “많은 학부모가 우려한 휴업이 발생하지 않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 사립유치원 등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그동안 유아교육을 지탱한 사립유치원의 자존심으로 미래도 책임지겠다. 교육부가 오늘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유은혜 의원도 참석했다. 이들 의원이 간담회를 중재했다. 안 의원은 “휴업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며 “유아교육계와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사립유치원들의 휴업 철회는 휴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들은 지난 8일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와 국공립 유치원 신설 추진 중단을 정부에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8일 휴업을 하겠다”고 했다. 이런 요구가 국공립 확대를 정부에 기대하던 학부모들의 비판을 샀다.

한유총은 휴업 철회와 관련해 학부모에게 사과하진 않았다. 이희석 한유총 수석 부이사장은 사과 의향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휴업을 지지한 학부모도 많다. 우리는 교사이고 아이들을 사랑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한유총의 설명과는 달리 15일까지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휴업을 철회하라는 글이 약 1만 명의 지지를 받았다.

사립유치원들 안에서 휴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점도 휴업 철회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과는 별개의 단체인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련)는 앞서 14일 “휴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사련엔 종교단체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 1200곳이 속해 있다. 두 단체에 중복 가입해 있는 곳이 약 500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에서 휴업 참여율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앞서 14일 서울 내 사립유치원 671곳에 휴업 참여 여부를 물었다. 여기에 답한 245곳 중 213곳은 ‘휴업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머지 426곳은 교육청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당장 휴업은 막았지만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최근까지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 정부가 추가로 20만원을 지원하고, 국공립 유치원을 현재 24%에서 2022년까지 40%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나친 감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 후에도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간담회 이후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신 국장은 “사립유치원의 요구 중 교육부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는 건 사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비 지원 인상을 검토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희석 한유총 수석 부이사장은 “사립유치원은 그간 유아 교육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왔다. 출산율이 줄면서 사립유치원이 비어 가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도 국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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