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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버스만 보면 간담이 서늘”…졸음운전 공포에 떠는 운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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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부근서 고속버스 8중추돌

오산서도 ‘졸음 추정’ 5중 추돌

터졌다 하면 대형 인명사고

음주 등과 달리 처벌기준 없어


주말 고속버스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발생했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지만 대책까지는 여전히 먼 길이 남았다. 법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오후 3시 55분께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버스 8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A(57) 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 달리는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싼타페 승용차는 앞서 가던 승용차 6대를 잇달아 추돌했다. 싼타페 운전자 B(48) 씨와 부인 C(39) 씨가 숨졌고 앞선 승용차 운전자 등 9명이 부상을 당했다. 경찰은 버스기사가 “사고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등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같은날 오후 8시 15분 경기 오산시 오산IC 인근에서도 고속버스와 승용차 4대가 얽힌 5중 추돌사고 발생했다. 서울방면으로 진입하던 고속버스가 중앙선을 넘었다. 반대편 차로 아반떼 승용차를 정면으로 들이받고 뒤따르던 차량 3대 연쇄추돌했다. 버스 기사와 아반떼 승용차 운전자 등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역시 버스 운전사가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처럼 터졌다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버스 교통사고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지난 7월 신양재나들목에서 광역버스가 7중 추돌사고내 2명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5월에는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둔내 터널 인근에서 버스가 앞서가던 스타렉스 승합차를 추돌해 70대 노인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지난해 7월에는 봉평터널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해 10월에는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관광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박은 뒤 불이 나 10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버스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 대책이 쏟아졌지만 상황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등 기술적인 부분과 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 버스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제도적인 부분 등이 다양하게 검토됐다. 그러나 예산, 지자체 간 합의문제로 난항에 부딪혀 내년 초에야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운수업 등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주 40시간 근로 외 초과 업무를 할 수 있게 한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안도 발의됐지만, 유예기간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끊임없는 버스 졸음운전 사고에 시민들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천에 사는 한 직장인은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마다 버스를 보면 덜컥 겁이 난다”면서 “뒤에서 버스가 쫓아오면 혹시 덮치깔봐 괜히 무서워진다. 앞뒤로 버스의 위치를 살피며 운전하려니 더 피곤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에서 ‘졸음운전’ 자체를 처벌하는 기준이 따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중앙선 침범, 과속, 신호위반 등 12개 중과실이 규정 가중 처벌로 있지만 ‘졸음’은 해당하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운전자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졸았고 그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가중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이에 운수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 지적도 높아진다. 교통사고 전문 모 변호사는 “졸음운전 책임을 운전자 개인에 돌려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적정 근무시간을 지키고 있는지,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안전 교육은 제대로 해왔는지 등을 고려해 운수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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