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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여당 ‘이철규 논란’에 경선 연기…대통령 “오해받을 생각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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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0일 국회 국민의힘 사무실 앞 복도에 원내대표 선출 관련 공고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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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오는 3일로 예정됐던 원내대표 경선을 9일로 엿새 연기했다. 후보 등록 하루 전인 30일까지 출마 선언이 전무한 데다 이른바 ‘이철규 대세론’에 대한 논쟁이 커지자 시간을 두고 후보군을 다시 추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선거관리위원장인 이양수 의원은 30일 “시간을 더 갖는 게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나갈까 말까 갈등하는 후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잡았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공식 출마 선언은 없었다. 대신 유력 주자로 거론됐던 4선 김도읍, 3선 김성원 의원이 전날부터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어이원’(어차피 이철규가 원내대표) 당사자로 지목된 이철규 의원도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긴 했으나 추가 언급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여권에선 ‘이철규 대세론’ 논쟁에 당 지도부가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경선 연기가 사실상 이 의원의 출마 포기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22대 총선 공천 실무에 깊숙이 관여한 이 의원이 참패 후 원내 사령탑을 노리는 게 적절하냐를 두고 며칠째 논쟁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한때 ‘신(新)윤핵관’으로 불렸던 배현진 의원은 이날 “정치는 결과 책임의 장이다.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도 “더 많은 후보가 나와 당을 살리는 방안에 관해 뜨거운 논쟁을 기대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당 사무총장직을 내려놨지만, 2주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해 대통령실 창구 역할을 도맡으며 당내 실권을 유지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도 친한계와 비례 공천을 두고 갈등을 빚는 등 ‘공천 실세’로 활동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SNS에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이 의원을 직격했다. 수도권 지역 총선 당선인은 “공천이 한창일 땐 ‘모든 길은 (이철)규로 통한다’는 말까지 돌았다. 이 의원이 패배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라고 했다.

다만 이 의원과 가까운 여권 인사는 “이 의원의 고심이 깊지 않겠나. 내일(1일)쯤에는 입장 표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양수 의원은 이철규 대세론이 일정 연기에 영향을 미쳤냐는 물음에 “억측이다. 그런 의도가 아니다”고 답했다. 현재 이 의원 외에 4선 이종배, 3선 송석준 의원 등이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4선 박대출, 3선 추경호 의원도 언제든 출사표를 낼 수 있다는 시선이 다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친윤 의원이 또 원내대표가 된다면 수직적 당정 관계 극복이라는 의미는 완전히 퇴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오해받을 생각이 없다. 민심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30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여당 원내대표 선거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오해를 살 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훈 전 위원장은 자신이 차기 전당대회 개최 연기를 요청했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비슷한 말도 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당선인은 “아직 한 전 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를 고려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면서도 “전당대회까지 두 달 남짓 남았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심새롬·박태인·전민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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