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5 (수)

[fn★무비텔] ‘택시운전사’가 정의한 ‘천만 관객’의 조건과 미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드디어 올해 첫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올 상반기 극장가에는 소위 말하는 ‘중박’ 작품이 즐비했지만 국민 대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는 함흥차사였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 ‘택시운전사’가 그 자리를 꿰차며 누구도 이견 없는 진짜 ‘흥행킹’에 올라섰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20일, 개봉 19일째 누적관객수 1006만8798명을 동원했다. 이로써 2017년 첫 천만 영화이자 한국영화로는 15번째, 외화 포함 통한 19번째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1761만3682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린 ‘명량’(12일)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더불어 1156만5479명으로 작년 유일한 천만 영화로 기록된 ‘부산행’과 동일하다.

하지만 온갖 논란과 호평을 오가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거나, 신드롬급으로 국내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여타 천만 영화와는 전반적인 모양새가 다른 느낌이다. 실존했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키거나 과거 군상들의 삶을 다룬 시대극들은 언제나 ‘애국주의’ ‘국뽕’ 등의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국제시장’이 그 일례로, 과도하게 향수를 유발한 탓에 현 세대에게 “우리 덕에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는 공치사 및 일침을 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이외에도 수많은 시대극 작품들은 억지 감성, 억지 눈물을 유도하기 위해 과한 설정들을 펼쳤다는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이렇다 할 잡음도 없이 조용했다. 그러나 묵직하고 날카롭게, 천만 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파이낸셜뉴스



80년대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삼은 ‘택시운전사’에게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터다. 여전히 해당 쟁점을 둘러싼 해소되지 않은 갈등이 존재하며,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의뭉스러운 외압이 이어져왔던 상황. 하지만 끝끝내 역사적인 비극을 스크린 위에 올려놓겠다는 일념 하나로 ‘택시운전사’는 그 날의 현장을 되살렸다.

이 과정에서 ‘택시운전사’는 시선을 변주했다. 현장 속 인물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으로 접근한 것. 광주로 향한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송강호 분)과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는 현장을 바라보는 철저한 목격자였다.

이들을 돕는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 분), 광주 대학생 구재식(류준열 분) 등은 그들의 시선을 이끄는 조력자였을 뿐이다. 그 덕에, 참혹한 역사적 사실은 담담하게 스크린 위에서 읊어졌다. 드라마틱한 서사와 특별한 설정의 부재가 오히려 진정성에 힘을 실어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든 것이다. 대신, 송강호의 눈빛과 표정이 그 날의 충격을 고스란히 전했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 천만 영화에 필수시 되는 요소로 자리 잡은 거대한 스케일 역시 ‘택시운전사’에는 없다. 화려한 CG와 휘황찬란하고 웅장한 묘사는 빠졌다. 물론, 150억이라는 대자본이 들어갔으나 이는 80년대 광주를 재현하기 위해 불가피한 예산이었다. 인위적인 힘을 빼고, 80년대를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한 리얼리즘이 성공적으로 관통했다.

이에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를 사랑해주신 관객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아직도 그 기억을 현재로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많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혹시라도 그 분들께 누가 될까, 영화를 만들며 큰 부담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고 기쁘게 생각된다. 택시운전사의 진심을 연기해 준 많은 배우 분들과, 고생하며 함께한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박혁권 등 몸을 사리지 않았던 배우들의 열연에 더해진 이야기의 진정성은 ‘택시운전사’가 새롭게 정의한 천만 영화의 미덕일 테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쇼박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