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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文대통령 회견...각본도 없이 만들어낸 '생동감 넘친 65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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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사전 시나리오 없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

文대통령 외교안보·경제 등 막힘없는 답변

기자들 참여열기 뜨거워…추가질문 요청 쇄도

단순 '질문·답변’ 방식...날카로운 질문 불가능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과감한 시도였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 예리한 질문이 없어 아쉬웠다”

17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지켜본 언론 관계자 및 시민들의 관전평이다.

이번 기자회견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 시나리오가 없었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미리 질문자를 지정해서 질문내용과 순서를 사전에 조율하는 익숙한 풍경이 사라졌다. 기자회견의 형식, 장소, 자리 배치, 진행 방식 등이 모두 달려졌다.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오케스트라식 좌석 배치…눈높이 소통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시작 전에도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자리를 잡은 2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삼삼오오 청와대 참모진들과 대화를 나눴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은 기자들에게도 ‘인기만점’이었다. 일부 기자들이 조국 수석 옆 좌석에 앉아서 기념촬영을 할 정도였다.

오전 11시 정각 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이하 50여명의 청와대 참모진들이 일동 기립해서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무대 중앙에서 5분 분량의 모두 발언을 했다.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지지를 보내준 국민의 성원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면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다짐했다. 이어 60분간에 걸쳐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사회를 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질의내용과 답변 방식은 사전에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고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색적인 점은 좌석 배치였다. 오케스트라 형태의 좌석 배치로 무대 중앙에 자리하는 문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의 거리를 좁혀서 눈을 맞추며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디테일이 빠진 회견…대체로 무난

질문은 크게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중심으로 15개가 쏟아졌다. 윤영찬 수석이 “질문을 받겠다”고 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 질문자를 미리 정했던 과거 기자회견과는 다른 낯선 풍경이었다. 이 때문에 윤 수석이 질문자를 지명할 때마다 아쉬움 섞인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즉석 질문에도 막힘없는 답변으로 국정전반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외교안보 분야 질문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면서 본인의 대북구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게 레드라인”이라고 말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대해서는 “미국과 당당히 협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분야 질문에서는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추가적인 증세 필요성 검토,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비한 강력한 대책 준비 등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구상도 밝히기도 했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에서 답변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한 합격점이었다.

특히 기자회견 종료 시각인 12시를 앞두고는 수십 여 명의 기자들이 질문에 하겠다고 동시에 손을 들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윤 수석은 “더 이상 손드셔도 소용이 없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말렸다. 다만 애교섞인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마지막으로 한 분만 더 받겠다”고 물러섰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 마지막 추가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이 마무리되면서 65분에 걸친 각본없는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종료 이후 맨앞줄에 앉은 기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기자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행사장을 떠났다.

◇추가 질문이 막힌 기자들 …“아쉬웠다”

기자회견 시간을 60분으로 정한 것은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국민적 관심사가 컸던 교육분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무런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 탓에 많은 기자들이 질문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영찬 수석은 기자들의 질문열기에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할 정도였다. 아울러 기자회견 형식 또한 재질문을 허용하지 않고 ‘질문·답변’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방식을 선택해 보다 날카로운 질문이 나올 수 없었던 점도 한계였다.

윤영찬 수석은 “함께 해준 기자들, 방송을 통해 시청한 국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도 더욱 열린 마음으로 언론, 국민과 소통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향후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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