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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벤츠 최고급차, 독일보다 한국서 더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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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넘는 수입차 국내 판매 날개

2억 대 페라리도 한국 배정 늘려

업무용 규제 풀리고 욜로족 영향

독일의 럭셔리 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세단 S클래스는 독일 본국에서 더 잘 팔릴까, 아니면 한국에서 더 잘 팔릴까?

정답은 한국이다. 올해 상반기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국가별 판매 순위에서 한국은 독일(4위)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S클래스 가격은 1억3600만(S350d)~1억9900만원(S500 4MATIC L)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스포츠세단 CLS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최고 1억100만원(CLS 400 AMG)에 판매하는 CLS클래스는 상반기 중국·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많이 팔렸다.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는 상반기 한국 시장 판매 대수(3만7723대)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47.3%나 늘었다. 성장률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독일(6.3%)·미국(-0.5%)은 물론, 세계 2위 시장인 중국(+34.5%)도 넘어선다.

올해 들어 억대 수입차가 ‘한국 특수’를 누리고 있다. 독일의 BMW도 상반기 한국 시장에서 1억원 이상 차량을 3996대 팔았다. BMW가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 중 13.8%의 가격이 1억 이상이었다. 지난해 상반기(2423대·10.5%)와 비교해도 올해 억대 차량 판매량은 도드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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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 120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디터 넥텔 페라리 극동·중동 총괄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한국서 페라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지난해보다 25% 더 많은 차량을 올해 한국 시장에 배정했다고 한다. 페라리는 국내 시판 차량 중 최저가(캘리포니아T·사진)도 선택 사양을 제외한 차량 기본 가격이 2억7800만원인 초고가(高價) 브랜드다.

페라리 산하 브랜드 마세라티도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1000여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570여대)보다 75% 많이 팔았다. 상반기 판매 대수가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1200여대)에 육박한다. 마세라티가 반기 기준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마세라티 차량중 최저가(1억1000만원~1억6830만원)인 르반떼 차량이 가장 많이 팔렸다.

기본 가격 억대부터 시작하는 럭셔리 차 브랜드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 줄줄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최저가 2억9900만원(우라칸)인 람보르기니는 이미 올해 판매대수(22대)가 지난해 연간 실적(20대)을 뛰어넘었다. 2억2700만원(컨티넨탈)부터 시작하는 벤틀리도 5월 한 달 내수 시장 판매대수(74대)가 한국 시장 진출 이래 최고 기록을 기록했다. 가장 저렴한 모델(레이스)이 4억1000만원인 롤스로이스(52대) 역시 지난해 연간 판매실적(53대)을 곧 뛰어넘을 기세다.

이처럼 올해 내수 시장에서 억대 차량이 많이 팔리는 건 지난해 4월 시작된 업무용차 규제 효과가 올해 끝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람보르기니·캐딜락·재규어 등 고가 브랜드의 올해 1분기 업무용 차량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6%~450% 증가했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가 법인차 구매 수요는 2015년까지 매년 소폭 상승하고 있는데, 지난해 업무용차 규제가 도입되자 차량 구입 시점을 미루면서 지난해 상승세가 꺾였다”며 “이렇게 억눌렸던 수요가 올해 들어 조금씩 터져나오는 ‘풍선 효과’로 올해 법인차 판매량이 회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하는 수입차가 대거 쏟아진 것도 원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최근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를’ 뜻하는 욜로 라이프가 20~30대의 가치관으로 확산하면서 현재의 행복을 위해 고급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반기 수입차 연령대별 소비자는 30대(36.1%)와 40대(30.3%)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희소한 브랜드와 주행의 즐거움, 디자인·성능·편의장치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억대 수입차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수입차 업체들이 자회사 등을 통해서 차량을 할부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장기할부 프로그램이 발달하자 억대 차량에 대한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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