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사골칼국수에서 칼칼한 두루치기까지
밀가루 유통 중심지에서 꽃 핀 칼국수 문화
성심당 본점에서는 소보로 대신 팥빙수
막걸리도 별미
다시 말한다. 대전은 먹어야 예쁘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머물면서 대전의 음식 문화를 체험해봐야 살가운 매력이 느껴진다. 속초에 이어 ‘일일오끼’ 먹방 여행지로 대전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전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인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부터,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빵집 '성심당'까지 1박 2일 동안 대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맛 탐방을 다녔다. 대전 먹방 여행에는 대전에서 20여 년 간 활동해 온 음식 칼럼니스트 이성희(58) 씨가 동행했다.
대전은 다채로운 칼국수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다. 얼큰칼국수, 들깨칼국수, 물총(동죽)칼국수 등 개성 넘치는 칼국수의 각축장과 같다. 홍가네칼국수(사진)가 내는 사골칼국수도 대전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우세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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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칼국수축제에 참가해 요리 경연대회를 펼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대전 중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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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음식으로 퍼져나간 칼국수는 대전에서 다양하게 변주됐다. 팥칼국수·들깨칼국수 등 국물 내는 방식과 주재료에 따라 칼국수 종류만 50여 개에 달한단다. 61년 개업해 반세기 역사를 가진 신도칼국수, 74년 전국 최초로 얼큰한 칼국수를 선보였다는 공주분식, 91년부터 추어탕에 칼국수를 말아먹는 메뉴를 판매하는 옥순네추어칼국수 등 관광객 사이에 유명한 칼국수집도 많다.
철도 교통의 중심지 대전에서 철도와 칼국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대전역 이민성 역장이 한국철도공사 직원의 단골 칼국수집인 홍가네칼국수를 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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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쭉하고 짭조름한 국물에 담긴 부드러운 칼국수가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갔다. 2003년부터 홍가네칼국수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경숙(72)씨는 국산 멸치와 한우 사골로 매일 6시간씩 국물을 우려낸다. 구수한 칼국수 맛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음식 가격. 혼자서는 말끔히 비우기 어려울 만큼 두둑이 퍼주는 칼국수 한 그릇은 고작 4000원이다. 주씨 아들인 홍가네칼국수 이근상(45) 사장은 “대전역 기차 출발 시간이 촉박한 와중에도 잊지 않고 들러주는 손님들이 고마워 8년 전부터 칼국수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솥에 사골 국물을 우려내고 있는 홍가네칼국수의 주경숙씨. 기름을 일일이 걷어내 진하지만 담백한 칼국수 국물을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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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업 61주년을 맞은 대전의 명물 빵집 성심당. 대흥동 본점의 안팎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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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과 기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가 있다. 성심당 창업주 고(故) 임길순(1997년 작고)씨는 함경북도 출신으로 피란을 와 거제에 머물렀다가 서울로 상경하기로 결심했다. 통일호를 타고 서울역으로 향하던 중 기차 고장으로 대전역에 하차했다. 임길순 씨가 대흥동성당 신부님께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1956년 대전역 앞에 찐빵가게를 연 것이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튀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성심당의 효자 상품, 튀김소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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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소보로 말고도 사실 여름철 성심당의 명물은 따로 있다. 한낮 더위를 식혀줄 ‘전설의 팥빙수(5000원)’다. 대전역점에서는 팔지 않고 대흥동 본점으로 가야 먹을 수 있다. 5~8월에만 한정 판매한다. 전설의 팥빙수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서걱서걱한 얼음 가루 위에 냉동 딸기, 생크림과 떡 고명을 얹어준다. 그리고 국내산 팥만으로 끊인 팥을 한가득 올린다.
한여름에 하루 500그릇씩 팔리는 성심당 전설의 팥빙수. 추억을 자극하는 맛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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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도사의 집'은 대전 커피 문화의 산실이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조신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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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도사의 집의 최고 장점은 그날 볶은 신선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신재씨는 한달 평균 원두 1t을 볶아 커피를 내린다. 특별한 주문이 없으면 라떼(2500원)에 직접 제조한 시럽을 넣어준다. 커피를 냉침한 듯 연하고 부드러운 드립커피(6000원)도 인상적이다.
대전 둔산 신도시의 핫플레이스, 컬리나리아. 미국 요리학교 CIA를 졸업한 백상준 셰프가 책임 셰프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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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격식을 차리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양식당을 콘셉트로 삼았다. 메뉴는 스테이크·피자·파스타 등 양식 일색이지만 주류는 와인·맥주를 비롯해 대전·충청지역 대표소주 ‘O2린’까지 갖춰 놨다. 향수병처럼 근사한 유리병에 소주를 담아 줘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피소(피자+소주)’ ‘치소(치킨+소주)’를 즐길 수 있다.
컬리나리아의 자랑인 오픈 냉장고(왼쪽). 고기를 골라 셰프 차지(1만원)를 내면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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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나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스테이크다. 살치살·안심 등 냉장고에 진열된 고기를 눈으로 보고 직접 고를 수 있다. 새우살·아랫등심·늑간살 등 3가지 부위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 토마호크도 판다. 고기 가격에 조리비 1만원을 추가하면 400도로 달군 주물판에 구워준다. 계룡산에서 딴 버섯을 넣은 계룡산버섯베이컨피자(1만2000원), 대천 앞바다 바지락을 가득 넣은 대천해수욕장봉골레(1만6000원) 등 대전·충청권 식재료로 만든 메뉴도 있다.
허름하지만 정겨운 술집 대전부르스. 주머니가 가벼운 지역 예술가가 많이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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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부르스에서는 '대전부르스' 막걸리도 판다. 주메뉴는 전이지만 얘기만 하면 없는 메뉴도 만들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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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 막걸리인 대전부르스(3000원)와 함께 맛볼 만한 대전부르스의 주력메뉴는 전. 테이블마다 부추전·녹두전·모듬전(각 1만~1만5000원)을 시켜놓고 술잔을 기울인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처럼 대전부르스 이순자 대표는 손님이 원하면 메뉴에 없는 음식도 뚝딱 만들어준다.
LP 3만 장이 전시된 카우보이. 오후 9~10시께 박상용 대표가 DJ로 나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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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식당의 주방을 책임지는 김경자(70)씨. 고추장은 넣지 않고 고춧가루와 마늘로 깔끔하게 매운 두부두루치기를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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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두루치기로 유명한 맛집이 3곳이 있는데, 모두 택시를 타고 이름만 대면 데려다주는 명성있는 식당이다. 그중 ‘진로집(042-226-0914)’은 순두부처럼 물컹한 두부를 내고, ‘별난집(042-252-7761)’은 비교적 담백한 두루치기를 만든다. 80년 개업한 ‘광천식당(042-226-4751)’은 대전의 유명 두루치기 맛집 중 맛이 가장 매큼한 편이다. 마늘과 고춧가루·간장으로만 양념을 해서 고추장 양념처럼 질척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매운 것이 특징이다.
단단한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멸치 육수에 넣고 끓인다. 두부 밑간 작업에 두부두루치기의 감칠맛이 달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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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토박이는 두부두루치기 양념에 칼국수 면을 건져 비벼 먹는다. 여기에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인다. 대전식 삼합 요리라 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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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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