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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차 한잔 나누며] “클래식 공연 대중화 위해… 문턱 낮추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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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 한광규 대표

“아직도 우리 콘서트홀을 잘 모르는 분이 많아요. 친구나 지인들도 ‘얘기는 들어봤는데 올 생각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와보면 ‘이렇게 좋은 공연장을 어째서 지금 알았지’라고 해요. 그래서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지난해 클래식 음악계 최대 뉴스는 롯데콘서트홀 개관이었다. 이 공연장은 28년 만에 서울에 생긴 클래식 전용홀로 큰 관심을 모았다. 화려하게 시작한 롯데콘서트홀이 19일로 개관 한 돌을 맞았다. 콘서트홀을 운영하는 롯데문화재단의 한광규(59) 대표는 지난 1년에 대해 “흡족하지는 않다”며 “우리 공연장을 아는 분들이 여전히 일부이기에 더 많은 분이 와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변에 ‘우리 공연장에 오면 평생 못 해본 경험을 할 거야, 클래식도 정말 좋다는 걸 알게 될 거야’라고 얘기하고 다녀요. 자신 있게 말하죠. 실제 그렇게 온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와 정말 멋있다. 좋은 경험 했다’며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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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은 2036석 규모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자리했다. 세계적 회사인 나가타 음향이 설계해 어떤 소리를 낼지도 관심을 모았다. 예술의전당과 달리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것 역시 화제였다. 이로 인해 롯데콘서트홀은 국내에서 거의 연주되지 못한 파이프오르간 곡들을 지난 1년간 다수 소개했다. 무엇보다 포도밭처럼 둥근 덩어리들로 나뉜 객석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국내에서는 처음인 ‘빈야드’ 구조다. 한 대표는 “처음 온 분들이 문 열고 들어서면 일제히 ‘멋있다, 예쁘다, 끝내준다’라고 한다”며 “음향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롯데홀은 관객에게 생경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공연계의 평가에는 우려도 섞여 있다. 취약한 재정 안전성이 문제다. 이 공연장은 롯데그룹이 1500억원을 들여 지었다. 운영은 롯데문화재단이 담당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연한 사재 100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조성해 만든 재단이다. 재단 수익만으로 공연장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 공연·대관 수익을 더해도 여전히 적자다. 모자란 비용은 그룹 계열사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 대표는 “그룹에서도 문화예술이 수익이 안 되는 건 잘 알고 있다”며 “롯데가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가치와 평가를 얻는 게 우리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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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문화재단 한광규 대표는 “클래식 공연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게 과제”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공연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클래식 전용홀을 기업이 운영하는 곳은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고 해요. 공연장만으로 재정자립을 할 수는 없어요. 장기적으로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임대·식음료·출판문화 사업을 통해 버는 돈을 콘서트홀 운영에 쓰죠.”

그가 구상하는 대안 중 하나는 클래식 공연의 문턱 낮추기다. 그는 “저도 그랬지만, 클래식 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심리적 장벽이 꽤 높다”며 “클래식 음악이 좋은 건 알아도 자발적으로 넘어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벽을 낮추기 위해 우선 부담 없이 즐길 다양한 낮 공연을 열고 있다. 그는 “영화 티켓 값 정도로 볼 수 있는 공연도 많다”며 “평일 낮 공연인 엘콘서트는 1만, 2만원인 데다 선예매하면 할인도 되고, 오르간 시리즈 역시 1만∼5만원 선”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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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 역시 ‘클래식 문외한’이었기에 대중의 심리적 벽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표 취임 전만 해도 그는 광고인이었다. 1984년 롯데그룹의 광고회사 대홍기획에 입사한 그는 줄곧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클래식 공연은 ‘1년에 한 두번 일 때문에’ 접한 게 전부였다. 이 때문에 그는 공연계에 온 뒤로 항상 클래식 음악을 틀어둔다. 그는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려는 목적으로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처음 옮겨올 때 “모르는 분야라 상당한 걱정과 불안이 있었다”는 그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닫는 데 며칠도 안 걸렸다”고 전했다.

“광고계든 공연계든 관리자 입장에서 본질은 똑같더라고요. 실무가 아닌 톱 매니지먼트이기에 본질적 틀은 같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극장 사업은 클래식이라는 제품·상품을 갖고 정말 치열하게 마케팅하는 곳입니다. 앞으로 경영 방향에도 확신이 생겼어요. 우리 공연장은 아직 과도기입니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은 관객이 찾고 만족하도록 하는 게 저희 과제입니다. 롯데콘서트홀에 오면 새롭고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일단 와보세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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