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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반도 문제 우리가 주도적 해결”…베를린 구상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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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북관계

한미동맹 안보초석 말하면서도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

국민들의 전쟁 불안감 달래며

북-미 겨냥 평화적 해결 피력

“북 붕괴·흡수통일 원치 않는다”



한겨레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최장섭(앞줄 오른쪽부터)·이인우 할아버지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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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는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돌파할 새로운 제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한반도 위기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북핵 문제 등 얽혀 있는 한반도 상황을 풀어가기 위한 기본 원칙 등을 재확인했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한층 험악해진 한반도 안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모든 걸 걸고 전쟁 막겠다” 의지 피력 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자칫 괌을 둘러싼 북-미 간 충돌이 한반도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평화를 지켜나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핵 문제나 한반도 분단 극복 과정이 평화적인 수단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에는 정부가 한반도 위기 극복 과정을 좀더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훨씬 강력하게 담겨 있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이른바 ‘운전석론’이 더욱 적극적으로 표명돼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 위기를 타개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이 한국 안보의 초석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나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현재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갖고 있다. 그러나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 양국 정상 및 국방장관의 지휘 지침에 따라 행사하도록 돼 있다. 미군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이 한국을 제외하고 일방적으로 대북 선제타격 등 군사 조처를 결정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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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최근 방한했던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은 동맹국과 협의해서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며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전쟁 문제는 미국에 대해서도 ‘노’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반도 운명을 동맹국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한반도 운명의 평화적, 자주적 결정론’에 대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러나 평화를 만들기 위한 남북 특사 교환 등 적극적 제안이나 북-미 간 직접대화 촉구와 같이 국면을 돌파할 통 큰 결정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 ‘베를린 구상’ 재확인 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은 새로운 것을 내놓기보다는 그동안 ‘베를린 구상’ 등에서 밝혔던 내용을 다시 정리해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북핵 문제나 남북 교류·협력 문제 등에 대한 기본 입장과 원칙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데 힘썼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의 출발점이 북핵 동결이라는 점 △대북 제재는 대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 △북한의 붕괴도, 흡수통일도, 인위적 통일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가 궁극적으로 대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제재와 대화가 함께 갈 때 문제 해결의 단초가 열렸다”고 했다. 또 이대로 가면 “우리 역시 원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높여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와 제재가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것에 대해 ‘대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제재’라고 설득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에서 밝혔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다시 거론하면서 “경제 협력의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아도 자신들의 안보가 보장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 군사대화와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를 언급하며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남북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노지원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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