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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몸무게 적은 아이, '피프로닐' 더 조심…몸에 쌓이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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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농약 기준만큼 1회 섭취 허용량도 '중요'

성인 별 영향 없지만 10kg 아이는 최대치 수준

적은 양으로 계속 섭취한다면 간·갑상샘에 문제

"다이옥신처럼 몸에 축적 안 되고 1~2주내 배출"

가열 조리한다고 피프로닐 수치 줄어들진 않아

제빵·제과 중 다른 계란과 섞여 유해성 희석 가능

중앙일보

경기도 남양군청 직원들이 15일 오후 살충제에 들어가는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한 농가의 계란들을 수거, 폐기하고 있다. 남양주=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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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몸에는 큰 이상이 없을까. 경기도 남양주의 한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에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몸무게가 적은 아이일수록 피프로닐을 더 조심해야 하지만, 섭취 후 몸에 축적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피프로닐의 위험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피프로닐은 살충제로 분류돼 농약 잔류허용기준이 적용된다.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는 농산물 품목은 5개다. 오이에서는 0.1mg/kg 이하만 허용하며 감귤은 0.05mg/kg, 감자·쌀·수박은 0.01mg/kg까지다. 닭에는 아예 사용이 금지돼 있다.

계란에 적용되는 기준은 어떨까. 국제 식품 농약잔류 허용 규정인 코덱스(CODEX)는 0.02mg/kg을 계란의 피프로닐 허용치로 규정한다. 14일 남양주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선 0.0363mg/kg의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 국제 기준의 약 1.8배 정도 되기 때문에 원래라면 폐기 처분해야 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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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계란에서도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살충제 달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명륜동 CU성대점에서 직원들이 진열된 달걀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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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염된 계란을 이미 먹었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양이 매우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체중'에 따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희 호서대 안전평가센터 교수는 "사람에게 얼마나 안전한지 보려면 계란에서 검출된 잔류농약 수치도 중요하지만 1회 섭취 허용량과 비교해야한다. 평생 매일 노출됐을 때 사람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대치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코덱스에 따르면 피프로닐은 사람 체중(kg)당 0.0002mg까지 먹어도 괜찮다. 계란 하나의 무게를 50~60g으로 보고 0.0363mg/kg의 검출량을 여기 맞춰서 환산한다면 60kg 성인이 오염된 계란 하나를 먹었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10kg인 아동이 먹었다면 사정이 다르다. 이러한 아이가 오염된 계란을 먹었다면 1회 섭취 허용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정 교수는 "한 두번 이 정도 양을 먹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다량으로 섭취했다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의 피프로닐에 노출되면 두통, 현기증 등 신경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처럼 미량으로 오염된 식품을 계속 먹는다면 신경 증세보다는 간과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피프로닐에 많이 노출되면서 이러한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신경계나 신장에도 탈이 난다.

다만 피프로닐은 다이옥신처럼 몸에 계속 쌓이진 않고 대부분 배출되기 때문에 덜 치명적이다. 잘못 먹었다고 해도 체내에 오래 머무르며 심각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일반적인 농약처럼 1~2주일이면 몸에서 빠져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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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프라이처럼 계란을 가열 조리한다고 해도 피프로닐 수치는 줄지 않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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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로닐은 일부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가열·조리로 없어지진 않는다. 높은 온도로 계란 요리를 한다고 해서 피프로닐 수치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다만 제빵·제과 과정에서 유해성이 '희석'될 수는 있다. 정 교수는 "빵이나 과자를 만들기 위해선 계란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온전히 오염된 계란만 들어가는 게 아닐 수 있다"면서 "만약 피프로닐 성분의 계란이 식품제조업체로 납품됐다면 얼마나 들어갔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몇개 들어간 수준이라면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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