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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한겨레 사설] 문화방송 망가뜨린 장본인들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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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화방송>(MBC)을 망가뜨려 만신창이를 만들어온 집단들이 ‘방송 정상화’ 움직임을 저지하려고 온갖 억지와 궤변을 동원하고 있다. 도둑이 집주인에게 몽둥이를 들이대는 꼴이다. 공영방송을 사회적 흉물로 일그러뜨려놓고는 정의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목소리를 높인다. 아무리 낯이 두꺼워도 이렇게까지 부끄러움을 모를 순 없다.

오정환 문화방송 보도본부장이 엊그제 한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오 본부장은 ‘사내 특정단체가 외부 세력의 지원 속에 분규를 일으켜 회사 업무를 마비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문화방송 구성원 절대다수의 목소리를 ‘특정 단체’의 목소리쯤으로 축소하고 국민의 문화방송 정상화 바람을 ‘불순 세력’의 음모라도 되는 듯이 폄하했다. 그러면서 오 본부장은 “끌려나가 짓밟히더라도 부정한 저들에 맞설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부정하고 부당한 힘으로 문화방송을 진창에 처넣은 장본인 중 한 사람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공영방송을 ‘청와대 부역기관’으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섰던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더 흉하다. ‘방송장악저지투쟁위’ 위원장이라는 강효상 의원은 14일 문재인 정부를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들을 쫓아내는 무자비한 권력자”에 비유했다.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이 아니다. 문화방송을 조폭집단의 살벌한 뒷골목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폐허로 뒤바꿔놓은 자들이 누구인가. 이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유일하게 엠비시밖에 없다’는 말도 했다. 적폐세력끼리 뭉쳐 방송 정상화 염원을 뭉개놓겠다는 뜻 아닌가.

문화방송 구성원들의 방송 정상화 물결은 이제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봇물이 됐다. 문화방송 본사 기자·피디 200여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지역사 16곳의 기자들도 기사 송고 거부를 결의했다. 치욕을 견딜 수 없다며 보직을 사퇴하는 간부들도 잇따르고 있다. 강권과 공작으로 쌓은 한줌 권력자들의 성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김장겸 체제의 문화방송은 구성원들의 저항을 무너뜨리려고 또다시 ‘경력사원 채용’이라는 꼼수를 쓰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크다. 정부는 법대로 단호하게 조처하기 바란다.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그동안 겪은 고통이 너무나 크다. 하루라도 빨리 이 ‘비정상’이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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