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달걀도, 닭도 안산다”…온 나라가 ‘살충제 달걀’에 패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대형마트·편의점 등 곧바로 판매중단

“아이들 계속 먹어왔을 게 가장 걱정”

달걀 쓰는 제빵·제과업계도 비상

재고분 떨어지면 생산차질 불가피



한겨레

닭에는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마리 농장의 달걀 껍데기에는 ‘08 마리’가 찍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아이들이 계속 살충제 달걀을 먹어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 정확한 정보와 사실을 알 때까지는 달걀이든 닭이든 사지 않겠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두 자녀의 엄마 지아무개(35)씨는 달걀뿐만 아니라 닭고기까지 불안해했다. 국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와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중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온종일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육계(닭고기용 닭) 농장 가운데는 피프로닐로 처리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며, 닭고기까지 살충제 검출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유통업체들은 이날 달걀 전면 판매 중지에 들어갔다. 달걀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각각 36%와 19%, 기타 가공식품업체 등에 20%가 유통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농협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농식품부가 15일 오전 국내 산란계 농장 달걀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전격적으로 달걀 판매 중단 조처를 내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파악하기로는 정부가 발표한 문제의 농장에서 달걀을 납품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정부가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한 만큼 문제 농장이 한두 군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달걀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산란계 농장 잔류농약 검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순차적으로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겨레

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이 계란 판매 중단에 들어간 15일 오전 서울 용산 이마트 계란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후 이마트 서울 은평점에는 매대에 쌓였던 달걀이 모두 사라졌다. 달걀이 있던 자리를 판매 중지 안내문이 대신했다. 서울 녹번동에 사는 회사원 김주원(29)씨는 “달걀은 아침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려고 꼭 사두는 품목이었는데, 이제 대체 식품을 찾아야 할 형편”이라며 “그나마 정부 발표가 있자마자 유통업체들이 판매를 중단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은 영수증과 달걀 완제품(10개들이 제품의 경우 모두 미사용)을 가져오면 환불해주고 있다.

훈제란 등을 비롯한 가공란의 주요 유통경로인 편의점 업체들도 판매를 중단했다. 편의점 업체인 씨유(CU)는 전국 1만여개 모든 점포에서 생란·가공란과 더불어 국내산 달걀을 원재료로 한 간편식 전 제품의 신규 생산 발주와 판매를 중단한다고 이날 밝혔다. 씨유 관계자는 “소비자 불안감 해소를 위해 상품의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달걀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달걀을 원료로 한 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제빵·제과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달걀의 유통기한이 길지 않아 재고가 많지 않은데 정부의 달걀 출하 금지 조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에스피씨(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의 경우, 달걀 재고분이 3~4일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출하 금지 조처가 길어지면, 달걀을 주원료로 하는 카스텔라와 롤케이크 등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에스피씨는 앞서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유통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자,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제품 생산에 쓰이는 달걀의 잔류농약 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했다고 밝혔다. 에스피씨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있어 달걀을 공급받는 계약 농가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했는데, 이 검사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