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미사일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일주일 만이다. 특히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미국이 강조하는 ‘제재’나 ‘압박’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평화’를 7차례나 거론했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며 미국에도 ‘냉정하고 책임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결단코 무력 사용은 없어야 한다는 작심 발언이다.
문 대통령의 주문은 북-미 간 ‘말의 전쟁’이 잦아들면서 미국에서도 협상론이 재부상하는 시점에 나왔다. 던퍼드 의장이 군사적 옵션은 ‘최대의 압박’ 실패 이후, 즉 북한 도발에 맞선 군사적 보복 조치임을 설명하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군사 대비태세의) 목적은 평화 유지와 전쟁 방지”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침 중국도 북한산 광물·수산물의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며 대북 압박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평화적 해결론이 과연 막무가내 김정은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느냐는 데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나온다. 한미동맹이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는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지만 평화도 힘이 있어야 지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 기조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미 간 역할 분담에 따른 조율된 메시지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미국에 대한 불만 표시로 비친다면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부추기고 미국의 오해를 부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북핵·미사일 위기는 한미동맹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한미 간에는 미국이 군사적 대응조치의 버튼을 누르느냐 마느냐는 결정적 순간이 왔을 때 과연 한국의 동의를 구할 것인지 의문에 직면할 수 있다. 그 순간에 한국이 소외된다면 한미동맹은 존재 의미를 잃고 만다. 북한의 잇단 도발 역시 한미동맹의 이완을 노린 것이다. 미국 영토가 핵공격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선 동맹의 ‘디커플링(이탈)’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위기 속에 오늘 8·15 광복 72주년을 맞는다. 미국은 일제의 폭압으로부터 한국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극동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애치슨라인’을 긋는 전략적 실수로 6·25전쟁을 불렀다. 그런 값비싼 교훈 끝에 1953년 맺어져 64년간 발전시켜 온 한미동맹이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이겨낼 힘도 바로 한미동맹에서 나온다. 동맹의 기반은 신뢰다. 서로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위기를 넘길 때 동맹관계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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